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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가 있다면- 천양희님의 시를 읽으며


겨울, 날이 춥다. 사람들의 마음은 그럴수록 따뜻해질 것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기대한다).
고로 겨울은 적어도 나에게는 따뜻한 계절이다.

나의 작은 세상은 때로는 우주보다도 넓어질 때가 있으며,
나의 커다란 사람들은 그 속에서 때로는 미물일 뿐이더라.
그들을 위로한다는 것, 나를 위로하는 것.
추운 겨울날 이불 속에 파묻혀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그 모든것을 끊임없이 생각함이었다.

'생각을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
생각만 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

이 두 구절이 나를 절절하게 위로해주었구나.
시에 감사하게 만드는 겨울은 역시 따뜻한 계절이다.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 천양희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어떤 날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막무가내 올라간다
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
상상봉에 다다르면
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다
굽은 능선 위로
생각의 실마리들 날아다닌다
뭐였더라, 뭐였더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의 바람소리
생각(生覺)한다는 건
생(生)을 깨닫는다는 것
생각하면 할수록 생(生)은 오리무중이니
생각이 깊을수록 생(生)은 첩첩산중이니
생각대로 쉬운 일은 세상에 없어
생각을 버려야 살 것 같은 날은
마음이 종일 벼랑으로 몰린다
생각을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
생각만 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
생각 때문에 밤새우고 생각 때문에 날이 밝는다
생각이 생각을 놓아주지 않는다
지독한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