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9일, 여행 열번째 날.
이 날은 기차를 타고 리스본 근교인 신트라라는 동네에 갔다. 호스텔에서 만난 캐나다 남자애와 내친구, 이렇게 셋이서 함께 갔다. 리스본 로시우 역에서 신트라까지 가는 일일권을 구입하면 신트라는 물론 신트라에서 호카 곶, 카스카이스까지 갈 수 있다. 시간이 안 될 것같아 우리는 카스카이스는 패스했다.
40분 정도 기차를 타면 신트라에 도착한다. 신트라는 전반적으로 파스텔톤이다. 동네가 아기자기한 느낌이라 눈이 즐겁다.
멀리서 보이는 페냐성. 페냐성은 알록달록 귀여운 성이다. 우리는 신트라에서 페냐성까지 무려 걸어갔다. 버스같은게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걸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쓸데없이 패기가 넘치는 자들...
파스텔톤 색이 뭔가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기는하지만 개인적으로 성으로서의 기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쓸데없이 이런데서 진지해졌다. 약간 테마파크에 온 기분으로 돌아다녔다.
하지만 페냐 성에서 문득문득 마주치는 이런 풍경은 합격.
우리는 페냐성 매점?식당?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무어인의 성벽으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페냐성보다 무어인의 성벽이 더 멋있다. 더 용맹한 느낌이다. 취향이므로 존중해주세요.
꼬불꼬불 성벽이 내가 마치 중세 기사가 된 느낌이 들게 한다. 이런 기분 정말 좋다.
무어인의 정벽에선 탁 트인 신트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페냐성도 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페냐성에 직접 들어가기보다는 여기서 페냐성을 보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저 멀리 보이는 건 바다가 맞다.
무어인의 성벽에서 내려온 우리는 버스를 타고 호카 곶으로 향했다. 호카 곶은 유럽 대륙의 최서단, 가장 서쪽 땅이다.
호카곶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기념비를 보았다. 여기가 땅의 끝이라는 뭐 그런 말이 써있다고 한다.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멋져.
하지만 그 앞으로 펼쳐진 대서양은 더 멋지다. 멋있어서 숨막힐 지경이다. 이곳에서 대서양을 보고 있자니 왜 포르투갈 사람들이 그토록 저 바다 너머를 궁금해했는지 막연히 이해가 갔다. 나도 대서양 끝에 뭐가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탐험을 하고 싶어진 순간이었다.
일단 탑을 기준으로 바다를 앞에 두고 오른 쪽으로 걸어가봤다.
등대가 있다. 절벽 아래로 부딪히는 파도의 하얀색이 바다의 짙은 푸른색과 대비돼 눈부시다. 자연은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탑이 보인다. 사람들이 바글거리지만 이 곳은 이상하게도 조용하다.
이번엔 탑 기준 왼쪽으로 걸어가봤다. 가는 길에 박혀 있는 저 나무 울타리가 나를 더 들뜨게 한다.
호카 곶에 다녀오면 유럽의 가장 최 서단을 다녀왔다는 기념으로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물론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기념품이 없을 것 같아 큰 돈 주고 인증서를 '사왔다'.
★ 이날 쓴 돈
신트라 일일권 12/ 무어인의 성 입장료 7/ 인증서 5.2/ 페냐성 입장료+식사 포함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