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8일. 여행 여섯째날(2)
생폴을 나선 우리는 방스로 가는 버스를 타러갔다. 방스(Vence)는 생폴만큼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마티스(Matisse)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역작인 로자리오 예배당이 있는 곳이다.
생폴과 방스는 매우 가깝다. 저 쪼그만 표시판에도 방스로 가는 방향이 표시되어있다.
버스를 타고 금방 도착한 방스! 문제는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가야 예배당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참고로 로자리오 예배당은 마티스 예배당(chapelle de Matisse)로 불리기도 한다. 상인들에게 물어봤지만 사람들은 잘 몰랐고, 심지어 어떤 상인은 나보고 자긴 다른 도시 출신이라 그런 곳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ㅡㅡ????).
어찌어찌 마주친 경찰의 도움으로 일단 그 방향대로 걸어가본다. 멋진 산이 있다.
그래서 또 찍었다. 우왕.
걷다보면, 이 곳이 얼마나 비옥한 곳인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나뭇잎들이 빤딱빤딱하게 빛난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같은 곳이 방스 구시가지라고 한다. 우리는 아까 생폴을 봤으니 됐다며 굳이 저기까지 가지는 않았다...ㅎㅎ....게으른 자들의 여행이란.
예배당으로 가는 길엔 정말 놀라우리만치 아무런 표시가 없다. 맞게 가는 길인지 매우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풍경이 좋으니 만약 이 길이 아니어도 산책했다고 생각하지 뭐.
그렇지만 그 의심스러운 길은 맞는 길이었다. 한참 걷다보면 예배당에 도착한다.
휴, 덥다 더워.
저 그림이 그려진걸 보아하니, 마티스가 지은 성당이 맞구나 싶다.
놀랍게도 로자리오 예배당엔 한국인 수녀님이 계셨다. 수녀님도 이 곳에 오신지 얼마 안됐다고 하신다. 뜬금없는 곳에서 한국인 수녀님을 만나 정말 반가웠다.
수녀님은 우리에게 정말 열심히 이 성당에 담긴 마티스의 작품 세계를 설명해주셨다. 마티스는 말년에 많이 아팠는데, 자신을 간호해준 로자리오 교단의 수녀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수녀가 예배당이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마티스가 직접 지어줬다고.... 수녀님은 정말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고, 나같은 미술 모지리가 눈치챘을리 없는 성당 건축의 수많은 상징들을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그 와중에도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픈 나란 하찮은 인간....ㅠㅠ
성당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대신 이렇게 성당 앞에 펼쳐진 풍경은 얼마든 찍을 수 있다.
기대치않게 풍성한 설명을 듣고 조금 똑똑해진 기분이 들었다.
성당 내부 사진을 못찍게 하니 이렇게 의미없이 바깥 사진만 겁나 찍게된다.
성당을 나선 우리는 다시 걸어서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갔다. 어른걸음으로 한 20분쯤 걸린 것 같다.
니스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보니, 바다가 또 심상찮게 아름답다.
그래서 마세나 광장까지 안 가고, 영국인의 산책로(Promenade des anglais, 프롬나드데장글레) 아무데서나 내려서 다시 해변으로 갔다.
날이 좋아서 놀러나온 사람들이 많다. 니스의 백사장은 정말 넓다.
바다 색깔은 더 예쁘다. 지중해 만세~
해변가에서 실컷 셀카놀이를 하며 노닥거린 우리는 배가 고파져서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카페 장식조차 이렇게 예쁘다니.
원래는 가리발디 광장에 있는 유명한 굴 식당에서 굴을 먹으려고 했지만, 굴의 크기를 본 엄마는 겁에 질려 먹고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햄버거를 먹고 니스 골목 골목을 슬슬 구경하고다녔다.
숙소로 돌아오자, 엄마는 저 초록색 집 모양을 보며 '우리집이다~' 하고 즐거워한당. 귀요웡 >_< 우리는 니스에선 캄파닐 호텔에 묵었다. 그냥 저냥 무난한 호텔이다.
하도 꽃으로 장식한 곳들을 보고 왔더니, 우리가 묵은 호텔에서도 그닥 예쁘진 않지만 꽃 장식을 해둔게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니스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다음날 일찍 아비뇽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