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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뉴욕과 약간의 시애틀

[2016 백수탈출기념 뉴욕여행 5] 네번째 날(2) - 뉴욕현대미술관(MOMA)/타임스퀘어

2016년 1월 1일. 여행 네번째 날(2)




숙소를 옮기는 귀찮은 일을 감행한 우리는 어찌저찌 무사히 맨하탄 타임스퀘어 바로 옆에 위치한 한인민박에 짐을 잘 푸르고 그 다음 여정을 고민했다. 날씨가 살짝 꾸리했기때문에 이런 날엔 실내에 가야 한다. 매주 금요일 4시부터 모마(MOMA)로 더 많이 불리는 뉴욕 현대미술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가기로 했다. 무려 유니클로가 모마를 겁나 열심히 후원하고 있고, 금욜 4시 무료 입장도 얘네 덕이라고 한다. 표에도 아예 유니클로 데이? 뭐 이런 식으로 박아뒀다. 평일 입장료는 22불인가 그렇고, 현대카드가 있으면 언제든 무료 입장이 된다고 하는데 난 현대카드가 없다.....근데 지금은 있음. 흑흑 이게모야...


금요일 4시 무료입장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가보다. 줄이 겁나 길었다. 모마를 두고 한 바퀴를 빙 돌아서 줄을 서야 겨우 들어가는데, 문제는 들어가고 나서다. 줄은 한 30분?서면 입장할 수 있기때문에 '오 생각보다 빨리빠지네' 싶지만, 그 모든 사람들이 다 건물 안에 있다는 사실을 들어가고나서야 깨닫게 된다. 인파에 너무나 치여야 한다. 나는 미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인파에 치여 보니 아쉽고 아까웠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돈 내고 보기를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인파에 치인 건 사실이나 어쨌든 들어왔으니 볼 건 봐야지. 내가 맘에 드는 것+유명한 작품들만 찍었다. 




모마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이 바로 이거 아닐까 싶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모두가 이 그림 앞에 있다. 



이렇게.



마티스의 이 그림도 학창시절 어딘가에서 배웠던 기억이 날랑말랑하다. 



실제로 보면 사진에서는 미처 다 전달이 안 되는 아주 강렬한 생감이 인상적이다. 끄앙 과감해랑. 



정물화인데도 화가의 시선이 너무나 귀엽고 따뜻해서 좋았다. 



고갱.



나는 원래 사전정보없이 미술관을 다니기 때문에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이 그림이 모마에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눈앞에 나타나서야 아 여기에 이 그림이 있구나 하고 깨닫는...뭔가 뒷북치는 그런 느낌. 



개인적으로 이번 모마 방문에서 만난 가장 인상깊은 그림이었다. Robert Delaunay의 sun and moon이라는 작품이라고 합니당. 



남들 다 좋다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은 클림트 그림도 있다. 




와 이거 유명한 건데!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이미 나는 인파에 너무나 지쳐있는 상태였다. 



"이건 몬드리안의 그림임"



사실 이쯤되면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인증샷 찍는 거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감상이란 사실상 불가능함. 



배고프고 다리아프고 어지럽고 힘들지만 그래도 일단은 나도 조금 더 보려고 애써봤다. 



그러다보면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모네의 수련 그림도 볼 수 있으니까. 난 모네의 수련이 파리의 오랑주리에만 있는 줄 알았다. 둥글게 그림을 배치한 오랑주리에서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련을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현대미술관이기 때문에 사진작품도 있다. 그러나 집중력이 급 흐트러지기 시작함....



우리는 이 인파 속에서 희박한 산소를 들이마시며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짓은 그만두기로 하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아직도 사람이 디글거린다. 



사람구경만 실컷 하고 나온 금요일 무료입장의 모마, 안녕.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타임스퀘어로 갔다. 인파에 치인 우리는 이때까지만해도 더 심한 인파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어쨌거나 제일 먼저 눈에 띈 m&m 스토어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게 심상치않다.  



온갖 거에 m을 붙여서 전세계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을 호구로 만들어버리는 이 엄청난 스토어. 



그에 부응하듯 이 곳 인파의 밀도는 모마의 밀도보다 한 10배로 빽빽했다. 뭘 사고 싶어도 줄을 서서 계산할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아 빙 둘러보고 나왔다. 



나오면 바로 타임스퀘어다. 벌써부터 현란하고 소란스러워진다. 



타임스퀘어 한복판. 사진으로는 그 밝음이 도저히 다 담아지지가 않는다. 뻔하디 뻔한 '대낮같이 환한' 이라는 표현을 써야겠다. 저녁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이건 사실 웬만한 도시의 낮보다도 더 밝다. 끊임없이 바뀌는 전광판과 조명과 네온사인과 간판 앞에서 두 명의 촌년 from 한반도는 매우 놀랐다. 




와, 여기가 타임스퀘어구나. 촌년모드 발동. 



전세계의 관광객을 몽땅 여기다 몰아둔 것 같다. 정말로 세계 모든 인종을 이 곳에서 다 만날 수 있다. 




내가 나름 여행 경력이 꽤 된다고 생각하고, 도쿄 런던 파리 홍콩 같은 세계적인 대도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심지어 나 역시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살지만 뉴욕 타임스퀘어같은 복잡현란화려한 느낌은 처음 받아봤다. 단연코 뉴욕이, 그 중에서도 뉴욕의 타임스퀘어가 '도시도시한' 느낌으로는 압도적이다. 



모마에 이어 타임스퀘어까지 '인파'가 무엇인지 제대로 체험하고 온 우리는 이미 체력이 너덜너덜.... 밥을 먹으러 쉑쉑버거에 가려고 했는데 여기도 줄이 너무나 길어서 바로 포기하고 아무데나 가기로 했다. 



그래서 정말 아무데나 들어온 이름도, 위치도,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어떤 레스토랑. 바하고 같이 붙어있다. 관광객은 우리 뿐인 걸 보니 관광객은 아예 아무도 오지 않고 존재조차 모르는, 진정한 로컬들만이 오는(....) 그런 식당 같았다. 리조또와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았다. 저 염소치즈는 우리 입맛엔 안 맞아 남겼고, 스파게티는 면이 오뚜기 소면인 줄... 그러나 맛이 없었다고 말하기는 또 뭐한게 맛이 나름 있었다. 평가하기 굉장히 곤란한 식당이다. 



뭔가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린듯한 기분으로 우리는 이날 오후에 옮긴 숙소인 한인민박에 들어왔다. 난 원래 침대를 좋아하는 게으른 종족이지만, 이날따라 침대를 보니 더 반갑고 뭉클했다. 나 넘나 피곤했던것.... 



숙소가 맨하탄 한복판이라 나름대로 이런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우리는 너무 피곤했고, 아직 남은 날이 많았다. 정말 기절한 듯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