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2~23일. 여행 첫째~둘째 날.
이번엔 엄마랑 같이 여행을 떠났다. 엄마 수술이 잘 끝난 걸 축하하는 여행이었지만, 사실 비행기를 안 탄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내맘대로 우겨서 여행 계획을 잡았다. 모든 여행 도시는 엄마의 취향을 고려해 선정했는데, 런던도 그래서 넣어봤다. 나는 예전에 런던 여행을 꽤 오래 했지만 엄마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엄마가 무조건 좋아할 도시라고 생각해서, 박물관과 미술관(=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코스들)이 즐비한 대표 관광지를 그대로 다시 도는 걸 감수하고서 런던을 끼워넣었다. 이렇게 나는 아무도 관심없는 블로그에서 효녀 코스프레를 해본다.
20일 저녁에 히드로 공항에 내린 우리는 숙소에서 밀린 잠을 잔 뒤, 21일 아침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숙소 바로 앞에 2층 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2층버스는 무조건 2층 앞자리에 타야한다는 철칙을 가진 딸을 따라 휘청휘청 2층으로 올라간 엄마는 2층버스 맨 앞자리를 매우 흡족해했다.
우리는 3박 4일의 매우 타이트한 일정이었기때문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그냥 앞에서 보고 지나가기로 했다. 사실 예전에 저 안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지만, 별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또 그 돈을 주고 들어가기가 싫어서...ㅎ...
ㄴ
런던 탑과 국회의사당을 지나 다리도 건너봤다. 날이 흐렸지만 여행 첫날이라 뭐 용서해줘야지. 그리고 원래 런던은 흐린 날씨 아닌가여?
버스를 타고 버킹엄궁전 교대식을 보러 왔다. 게으른 여행 패턴을 가진 나로서는 이 시간 즈음에 일어나야 정상인데, 벌써 이만큼이나 돌아다니다니. 엄마는 나를 부지런하게 만든다.
근위병 교대식 자체는 또 보는 거라 좀 지루했지만,
이런 장면은 언제봐도 재밌다. 세계인이_하나되는_순간.jpg
근위병교대식이 끝나자 우리는 맞은편의 그린파크(Green park)에 가서 점심으로 싸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린파크 정말 그린그린했다.
날씨도 좋아지고, 공원도 좋고. 런더너들의 여유로운 하루에 우리도 꼽사리를 껴봤다.
다시 2층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세인트폴 대성당으로 갔다.
세인트폴 대성당은 내가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런던의 수많은 관광명소 중 거의 유일하게 좋았던 곳이다. 그래서 여기는 돈내고 들어갈 가치가 있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를 위한 여행이지만 내 위주인 것 같은 건 내 착각이겠징....
비둘기가 많은 것 빼고는, 역시 멋졍.
세인트폴 대성당에 꼭 가야한다고 우긴 이유는 바로 이 전망을 보기 위해서다. 엄청나게 많은 계단을 올라야하는 함정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런던이 시원하게 보이니 얼마나 좋아요.
세인트폴 대성당을 다 보고 우리는 템즈강변에 앉아 간식을 먹었다. 비둘기가 많아서 긴장타고 먹느라 맛이 잘 안느껴졌다.
또 2층버스를 타고 피카딜리 서커스로 갔다. 진짜 겁나 빡센 일정이다.
공기 반 관광객 반.
리젠트 스트리트를 따라 걸어서,
소호에 도착했다. 리버티 백화점엔 처음 와보는데, 큐레이션이 매력적인 굉장히 예쁜 백화점이었다.
입구에 이 꽃 가게 .... 어쩌자고 이렇게 예쁜거죠.
소호는 역시 겁나 분위기있다. 우왕.
패션피플들이 가득하다는 카나비 스트릿에 도착했지만, 기대많큼 패션피플이 많은 것 같진 않았다.
엄마는 이렇게 펍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경이 매우 신기했나보다. 나보고 자꾸만 저거 사진찍었냐고 물어봤다. 응응 엄마 찍었어..... 사실 나는 영혼없이 모든 걸 찍고있다는 걸 이때까지 엄마는 미처 몰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