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사람이라 화환이 끝이 없네"…이건희 장모 빈소 가보니(2013-06-05)
"삼성家 사람이라 화환이 끝이 없네"…이건희 장모 빈소 가보니
2013-06-05 23:14
CBS노컷뉴스 조혜령 · 전솜이 기자
5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앞. 근조 화환을 가득 실은 트럭이 쉼없이 장례식장을 오갔다. 병원 근처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화환을 양 어깨에 걸쳐 메고 지하 2층으로 낑낑대며 화환을 날랐다.
김 씨가 배달한 화환 외에도 이미 지하 2층 복도는 각계 각층에서 보낸 화환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다른 꽃집에서 배달 온 사람은 화환을 둘 곳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SK회장 최태원, 국회의원 남경필,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 주요 인사들의 명단을 보는 듯한 근조 화환을 보면서 김 씨는 속으로 "대단한 사람이 죽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모이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어머니인 김윤남 씨가 11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1924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홍진기 전 법무부 장관과 결혼 후 슬하에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 홍석현 회장, 홍석조 BGF 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 회장, 홍라영 리움미술관 총괄부관장 등 4남 2녀를 두었다.
홍석현 회장 등 유가족은 오후 4시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ss
서울 삼성서울병원 지하 2층에 마련된 빈소에는 정,재계와 언론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한광옥 전 국민대통합위원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조문했고 박용만 두산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사돈 지간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CJ 이재현 회장도 오후 5시 30분 빈소를 찾아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고(故) 김윤남 씨의 빈소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으레 들리는 곡소리와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생전 원불교에 심취했던 고인의 넋을 기리는 염불 소리만이 빈소에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빈소는 장례식장 지하 2층 17호실과 20호실 두 곳에 마련됐다. 나머지 19호는 VIP 응접실로 이용됐다.
장례식장 측은 "조문객이 많아 장례식장 한 층 전체를 사용하기로 유족측과 조율했다"며 "일반 조문객과 원불교 조문객을 각기 따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장례식은 원불교 교단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발인은 8일 오전 7시 30분이다.
이 기사 주소: http://www.nocutnews.co.kr/1046807
***
쌍용차 노동자들 차 조립 관련 기자회견을 취재한 뒤 현대카드 건물 뒤 카페에서 쉬고 있는데 캡이 갑자기 삼성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이건희 장모 장례식에 가라는 것. 나는 내가 여기서 기사를 직접 쓸 일은 없고, 돌발상황이 있는지 체크하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취재보다는 구경(?)에 초점을 맞춘-_- 어이없는 짓을 해버렸고, 바이스와 야근 선배로부터 '넌 도대체 뭘 보고 온거냐', '당연히 현장에 가면 취재가 기본 아니냐'고 혼나야했다. 물론 나도 나름 누가 오는지 열심히 지켜보려고는 했는데, 대기업 대표와 국회의원 한명한명 도대체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ㅠㅠ 그럴싸해보이는(?)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기자들끼리 '저 사람은 또 누구야?' 물었던 기억이. 그 와중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얼굴을 알아본 나 스스로가 기특할 지경-_-
기사와는 별개로, 재벌가, 그것도 '삼성' 사람의 장례식장을 지켜보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서울대 총장을 비롯한 국내 거의 모든 대학의 총장, 대기업은 물론 국내외 유명 기업 대표들, 유명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이 보낸 화한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광경 자체가 정말 별세계 그 자체였다. 홍라희, 홍라영, 홍석현 등 이름만 들어보던 사람들과 삼성가의 자녀(?)들로 추정되는 사람들 모두 말그대로 '때갈'이 남달랐던 기억이 난다. 중앙일보와 jTBC 기자들에게만 온갖 취재 편의를 제공한다며 불평하는 타사 기자들도 있었다. 어쨌든 살면서 내가 언제 삼성가 장례식에 가보겠나.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