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농성장 '본질'은 묻히고 철거 논란만 부상(2013-04-14)
쌍용차 농성장 '본질'은 묻히고 철거 논란만 부상
'불법성'논란 탓에 정리해고와 노동자 자살은 묻혀노컷뉴스 입력 2013.04.14 06:03
[CBS 박종관 전솜이 김지수 기자]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의 쌍용자동차 농성장이 연일 논란이다. 천막이 철거된 이후 진보와 보수는 서로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논란을 눈덩이처럼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1년이 넘는 천막 농성의 이유였던 무차별 정리해고와 이로 인한 수십여 명의 사망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 농성장 철거하고 화단 설치...'불법' 농성장에 구청도 '불법'으로 맞선 셈
서울 중구청은 지난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있던 쌍용자동차 농성장을 철거했다. 구청은 천막을 또 치지 못하도록 바로 대형 화단을 설치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대한문 앞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며칠에 걸쳐 몸싸움을 벌인 끝에 화단 앞에 다시 농성장을 차렸다.
'불법' 농성장이 '강제' 철거된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구청이 법을 어겼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구역으로 지정된 대한문 앞에 화단을 조성하려면 문화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구청이 이를 어겼다는 문제제기였다.
더구나 문화재를 보존ㆍ관리해야 할 문화재청도 구청의 불법행위에 동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화재청과 중구청, 관할 남대문경찰서가 농성장 철거를 사전에 모의하고 계획한 정황이 있다는 현직 국회의원의 폭로였다.
이처럼 쌍용차 노조의 '불법' 농성장에 정부기관이 '불법' 화단 설치로 맞서면서 논란은 오히려 날로 커지고 있다. 난장판이 된 농성장 탓에 시민과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중구청이 보수단체의 인도 점거는 방치하고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 정리해고와 잇따른 죽음...농성 해소할 수 있는 해법 모색해야
하지만 뜨거운 논란에도, 정작 농성의 이유를 따져 사태 해결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 농성장 자체가 논란이 된 탓에 농성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쌍용차 농성장은 지난해 4월 5일 차려졌다. 22번째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해묵은 농성장의 시작이었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죽음의 행렬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고 살려달라는 의미에서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9년 정규직 2646명과 비정규직 350여명이 쫓겨난 구조조정이 있었다. 노조는 당시 77일 동안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지만 정리해고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생활고 등을 견디지 못한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이 하나둘 죽어갔다.
그리고 1년, 사망자는 24명으로 늘었지만 변한 건 없다. 박호민 쌍용차지부 선전부장은 "대한문 분향소는 2009년에 정리해고가 된 이후 숨진 24명의 노동자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며 "왜 저희가 비닐 한 장에 의지한 채 1년 넘게 천막농성을 하는지 한 번쯤은 귀를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대선후보들은 잇따라 대한문 농성장을 찾았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속한 새누리당조차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정우 지부장은 "쌍용차 사태의 본질은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국가기간산업인 우리 자동차 산업을 먹고 튀면서 또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가짜 구실을 만든 데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반드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국가 권력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도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와 가족의 명예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죽음의 벼랑에 등 떠밀린 수십 명 노동자들의 이야기, 곧바로 '우리들의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이대로 잊어선 안된단 얘기다.
panic@cbs.co.kr
http://media.daum.net/society/labor/newsview?newsid=20130414060309674
***처음으로 취재원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받아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