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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2 스페인, 포르투갈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기록 4] 그라나다(Granada) 첫째날(알바이신 언덕/ 그라나다의 밤)

2012년 6월 23일, 여행 나흘째.

 

코르도바에서 택시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춰 그라나다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중간에 버스가 고장나서 두시간 넘게 예상 시간을 넘겨 도착한 것.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라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푸르고 알함브라 궁전에 가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는 알함브라 궁전 티켓 예약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라나다에 늦게 도착해서 표를 날린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진 않았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때 버스가 고장났던 건 '신의 한 수' 아닐까 싶다.

 

그라나다 시내에서 white nest 호스텔을 찾아 미친듯이 헤매다가 겨우겨우 도착했다. 완전 진이 쫙 빠지고 뭐를 할 의지도 없었지만 우리는 힘을 내서 알바이신 언덕으로 향했다. 어차피 알함브라 당일 입장권 표를 구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아예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볼거리를 찾아 나선 거다.

알바이신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엔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다. 기념품 하나하나가 스페인과 이슬람이 묘하게 합쳐진 듯한 느낌이 나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구불구불 미로같다. 지도가 별 도움이 안 될 정도다. 그냥 무조건 위로 위로 올라가봤다.

 

 

 

 

사실 알바이신 언덕은 치안이 안 좋기로 소문 난 곳이다. 실제로 길거리 한복판에서 약에 절어있는 듯한 사람을 몇명 보긴 했다. 별 일은 없었지만, 알바이신 언덕까지 올라가는 버스가 있으니 그걸 이용하는 게 안전하긴 할 것 같다(우린 그런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게다가 안전도 안전이이지만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버스가 나은 선택이지 싶다. 다행히 우리는 중간에 친절한 현지인을 만나 알함브라 궁전을 멀리서 볼 수 있다는 성 니콜라스 교회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성니콜라스 교회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알함브라 궁전이 보였다.

 

 

알함브라 궁전도 좋았지만, 그 옆으로 펼쳐진 그라나다 시내 모습도 좋았다.

 

 

알바이신 언덕에서 내려와 호스텔에서 휴식을 취하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유로2012 경기를 보러 같은 호스텔에 묵는 사람들과 근처 바르로 나갔다. 어느 바르나 전부 유로2012 분위기에 취해 스페인 국기가 걸려있고, 거리마다 스페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골을 넣으니 모두가 환호했다! 나도 같이! 와~!!

 

 

이 날 경기의 승자는 스페인이었다.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고, 나도 덩달아 즐거웠다. 스페인이 만약 지기라도 했더라면 맥주고 상그리아고 다 뒷전이고 일단 호스텔로 피신했어야 했겠지 하며 호스텔 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른 바르로 옮겨 온갖 타파스는 다 맛본 것 같다. 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

 

 

그라나다의 밤, 시원했다. 나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 그 날 프랑스를 이겨준 스페인 국대팀 만세! 

 

 

 

★ 이날 쓴 돈

코르도바 기차역까지 이동하는 택시비 3.3유로/ 코르도바~그라나다 버스비 13.35유로/ 그라나다 시내버스 1.2유로/ 호스텔 14.4유로(10% 예약금까지 합하면 16유로)/ 타파스+맥주, 상그리아 6.7유로/ 점심+바나나 4.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