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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북유럽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31] 아이슬란드 - 레이캬비크(Reykjavik) 2013년 12월 1일. 서른 네번째 날 10월 말에 여행을 떠났는데 어느덧 12월이 되었다. 전날 블루라군에서 노곤노곤 몸을 녹인 나는 또다시 매우 게을러졌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작정했다. 오늘의 목적은 랍스터 스프를 먹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는 것. 오늘도 날이 흐리다. 사실 비가 좀 왔는데 우산이 없어서 그냥 맞고 다녔다(...) 올드하버까지 비를 맞으며 열심히 걸었다. 올드하버 도착! 작디 작은 항구다. 저렇게 수많은 가게들이 표시되어있었지만, 이날 사실 문을 연 곳은 몇 곳 없었다. 비수기 유럽 여행을 하려면 이 정도 쯤은 감수해야 한다. 북극 바다는 어디서 보든 왜이렇게 쓸쓸한건지. 그 쓸쓸함을 달래려는 듯 올드 하버의 건물들은 마냥 귀엽기만하다. 그러나 나는 너무 추웠..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30] 아이슬란드 - 블루라군(Blue Lagoon) 2013년 11월 30일. 서른 세번째 날 느즈막히 늦잠을 자고 일어난 레이캬비크에서의 둘째 날. 날이 어째 흐린 게 어째 원래 계획했던 퍼핀 새 투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호스텔 스탭을 통해 물어보니 역시나 투어는 날씨 탓에 취소되었다고. 오늘 하루는 뭘 해야하나 멍때리던 내게 호스텔 스탭은 블루라군에 가라고 했다. 사실 블루라군은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날 마무리 느낌으로 가려고 했는데, 매우 얇은 귀를 가진 나는 스탭의 말에 바로 블루라군을 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이번 여행은 계획 따윈 없었으니... 레이캬비크에서 블루라군에 가는 방법은 몹시 지나치게 간단하다. 그냥 아무 투어회사에 연락해서 블루라군 갈거니까 픽업하라고 예약만하면 숙소 앞으로 바로 데리러 온다. 이 예약도 숙소 직원에게..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28] 트롬쇠 또는 트롬소(Tromso,Tromsø) 2013년 11월 26일. 스물아홉번째 날(2) ** 단언컨데, 이 글은 내 모든 블로그 글 중 가장 동화스러운 사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북극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온 나는 트롬쇠 시내를 정처없이 돌아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옆 항구를 끼고 돌아서 시내로 나왔다. 오후 2시가 넘은 트롬쇠는 이미 저녁이었다. 내 생애 첫 오후 2시에 맞는 저녁이었다. 이 배들은 모두 북극의 바다를 다니는 배들이겠지. 신기하다. 이미 눈이 엄청나게 쌓여있는데, 그 순간 내리고 있는 눈의 양 역시 만만찮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린 시내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동화의 한 장면에 있는 것 같았다.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황홀함이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때는 오후 3시도 채 안 됐을 때다. ..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26] 올레순(Aalesund, Ålesund) 2013년 11월 24일. 스물일곱번째 날 전날 강풍을 헤치고 언덕 위를 오른 여파로 굉장히 늦게 일어났다. 지금 생각해보니 여행이 거의 한달째가 되어가던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여행의 피로가 몰려왔던 것도 같다. 이 날도 천천히 올레순을 산책하기로 했다. 나는 산책을 좀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 같다. 간밤에 내린 눈 덕에 전날과는 비슷한듯 또다른 분위기다. 박물관 다니는 걸 안 좋아하는 나조차도, 올레순에선 산책말고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아르누보 박물관에 가게됐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파란 하늘이! 겨울에 북유럽을 여행하는 거라 좋은 날씨는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운이 좋아서 가는 도시마다 맑은 날을 경험했다. 물론 맑은 날씨는 그닥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엔 항구 중간에 있는 빨간 등대쪽으로 ..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24] 베르겐(Bergen) 2013년 11월 21일. 스물네번째 날 이날은 그리그 박물관에 가는 날. 그리그의 생가를 박물관으로 꾸민 곳으로, 현지인들은 그리그박물관을 트롤하우겐(Troldhaugen)이라고 부른다. 트롤의 집이라는 뜻인가...?! 그리그는 노르웨이와 베르겐이 배출한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애국자 많은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킨 이 나라 사람들의 영웅같은 존재다. 사실 L과 L의 친구들을 비롯해 내가 만난 대부분의 노르웨이 사람들은 애국심이 넘쳤다. L과 대화하다보면 가끔 지나친 애국주의적 마인드에 어쩔 땐 낯선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얘네 뿐 아니라 노르웨이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자기네 국기를 몹시 사랑하고, 노르웨이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What does the fox say'라는 중독성강한 병맛 ..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22] 베르겐(Bergen) 2013년 11월 20일. 스물세번째 날(1) 항상 느즈막히 일어나던 나는 이날 이 집에서 가장 늦게 일어난 사람이었다. 다들 파트타임이나 학교에 가느라 일찍 일어나서 이미 밥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원래 노르웨이 사람들은 부지런한가요...? L의 하우스메이트들에게 민망함을 무릅쓰고 잠옷 차림으로 인사를 한 뒤 잠깐 뻘쭘해하다 아침을 먹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북유럽의 겨울 풍경을 보며 빵에 버터를 발라 훈제고등어를 얹어먹으니 마치 나도 바이킹의 후예가 된 느낌이었다. 오늘은 본격적인 베르겐에서의 관광을 시작하는 날. L과 함께 일단 베르겐에서 가장 높은 산인 플뢰엔 산에 올라가기로 했다. 바이킹의 후예인 L은 자기네 집에서 플뢰엔 산으로 직접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다고 했지만, 저질 ..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21] 베르겐(Bergen) 2013년 11월 19일. 스물두번째 날 스톡홀름을 뒤로하고 노르웨이의 베르겐이라는 도시로 날아가는 날. 이날은 새벽 네시에 일어나 호스텔에서 짐을 챙겨 부랴부랴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으로 떠났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떠날 생각이었지만, 전전날 지갑을 잃어버리고 난 뒤 뭔가 모든게 귀찮아진 나는 그냥 공항철도인 알란다 익스프레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이 때부터 모든 큼직큼직한 이동은 비행기로 했는데, 대부분 저가항공인 노르웨이지안 항공(Norwegia Air)을 이용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저가항공임에도 불구 최저가의 함정에 쉽게 빠지는 여자라(...) 가격만 보고 티켓을 골랐더니 매우 아침 일찍이거나 심지어는 새벽 시간대(-_-) 비행기를 자주 타야만 했다. 싼 건 다 이유가 있다. 물론 노르웨이지안 ..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9] 스톡홀름(Stockholm) 2013년 11월 16일. 열아홉번째 날 스웨덴에서의 세번째날. 인간적으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심상치 않은 화창한 날씨가 느껴졌다. 겨울 북유럽 여행에서는 햇빛을 보기 힘들다는데, 난 코펜하겐에 이어서 스톡홀름에서까지 환상의 날씨를 경험했다. 쇠데르말름 역에서 내려 항구쪽으로 내려와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내 비가 왔는데, 이렇게 청명한 하늘이라니. 날씨는 춥고 쌀쌀했지만 나의 산책 욕구를 꺾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항구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늘 나름대로 짠 일정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겨울에 북유럽을 여행한다는 건 화창한 날씨를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란 얘기를 들었는데...... 걷는 내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임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내 눈앞에..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8] 스톡홀름(Stockholm) 2013년 11월 15일. 열여덟번째 날 스톡홀름에서의 둘째날. 이날도 비가 왔다. 나는 스웨덴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인 유니바켄(Junibaken)으로 향했다. 유니바켄은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여러 동화를 테마파크처럼 꾸민 곳이다. 말이 테마파크지, 규모는 건물 하나 정도로 굉장히 작다. 하지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여러 책을 보고 자랐던 나로서는 규모가 크든 작든, 사람들이 실망하든 어떻든 스톡홀름에 간다면 이 곳엔 꼭 가야겠다고 예전부터 마음먹었다. 유니바켄은 스웨덴 민속촌 느낌인 스칸센을 비롯해 여러 박물관이 모여있는 유르고르덴 섬에 있다. 스웨덴 본섬(?)에서 유르고르덴 섬에 가려면 페리를 탈 수도 있고, 중앙역에서 버스나 트램을 타고 갈 수도 있다..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7] 스톡홀름(Stockholm) 2013년 11월 13일~14일. 열여섯~열일곱번째 날 스톡홀름으로 떠나는 날, 아침일찍 일어나 코펜하겐 기차역으로 향했다. 하필 전날 자기 전에 핸드폰 충전기가 박살이 났는데, 다행히도 코펜하겐을 떠나기 전 B오빠의 도움으로 Tiger라는 우리나라의 다이소같은 곳에서 핸드폰 충전기를 살 수 있었다. 물 하나에 빵 하나를 샀을 뿐인데 8천원 가까이 나오는 이 미친 물가의 나라에서 핸드폰 충전기는 한 십만원쯤 하는 건 아닌지 덜덜 떨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만원 정도의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정말 큰 다행이야.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스트뢰에에 있는 빵집에서 커피랑 빵을 마셨다. 우리 맞은편 테이블에 덴마크 20대 남녀들이 거의 10명쯤 앉아있었는데, 정말 비쥬얼쇼크가 올 정도로 다들 잘생기고 예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