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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 퇴사기념 프랑스/베를린/북유럽3국/아이슬란드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8] 스톡홀름(Stockholm)

2013년 11월 15일. 열여덟번째 날




스톡홀름에서의 둘째날. 이날도 비가 왔다. 나는 스웨덴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인 유니바켄(Junibaken)으로 향했다. 유니바켄은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여러 동화를 테마파크처럼 꾸민 곳이다. 말이 테마파크지, 규모는 건물 하나 정도로 굉장히 작다. 하지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여러 책을 보고 자랐던 나로서는 규모가 크든 작든, 사람들이 실망하든 어떻든 스톡홀름에 간다면 이 곳엔 꼭 가야겠다고 예전부터 마음먹었다.


유니바켄은 스웨덴 민속촌 느낌인 스칸센을 비롯해 여러 박물관이 모여있는 유르고르덴 섬에 있다. 스웨덴 본섬(?)에서 유르고르덴 섬에 가려면 페리를 탈 수도 있고, 중앙역에서 버스나 트램을 타고 갈 수도 있다. 나는 트램을 좋아하는 사람이므로 이럴 경우 무조건 트램을 탄다.


중앙역에서 7번 트램을 타고 유르고르덴 섬의 Nordiska Museet/Vasa 역까지 왔다. 10분도 채 안 걸린 것 같다. 사실 시간많고 여유롭다면 걸어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유니바켄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바로 보인다. 떨린다.



트램 정거장에 내리자마자 바로 앞엔 사실 바사호 박물관이 있다. 스웨덴 해군에 대한 박물관이라고 한다. 원래 해적, 해군 이런 걸 좀 좋아하기는 하는데 유니바켄이 더 급했으므로 패스했다.



그래도 옛 해군의 배가 모여있는 풍경 정도는 한컷 남겨놔야 아쉬움이 덜하겠지.



유니바켄 표지판을 따라 쭉 걷다보면 이렇게 아담한 건물이 하나 나온다. 유니바켄이다.



바사호 박물관 바로 뒤에 있다. 웅장함을 뽐내는 바사호박물관과 달리 유니바켄은 그저 아기자기하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45크로나다. 입장을 하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과 그녀의 동화작품에 대한 전시물이 제일 먼저 나온다. 사진에 나온 저 할머니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다.



스웨덴은 물론, 전세계에서 아직까지도 사랑받는 그녀의 동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가 전세계적 히트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유니바켄이 삐삐만을 위한 공간으로 남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 뜻 덕분에 유니바켄은 삐삐를 비롯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는 물론, 스웨덴과 유럽인들에게 사랑받는 동화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유니바켄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유일한 탈거리인 이야기 기차. 이름조차 귀엽지 않은가? 이야기 기차라니. 옆으로 움직이는 기차를 타면 기차가 동화책 줄거리를 지나다닌다. 속도는 당연히 매우 느리다.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셋이 함께 탈 때, 나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혼자 탔다. 어차피 다시는 안 볼 사람들, 한번 쪽팔리면 그만이니까. 이야기 기차는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사진을 못 남긴게 아쉽다. 나처럼 유아스러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타면 굉장히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이야기기차를 타고 나니 식당이 나온다. 이렇게 천진난만하고 환상적인 식당이라니. 내가 이 곳에서 나고자란 어린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유니바켄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없거나 동화에 별 관심이 없는 성인들이 가서 할 게 별로 없다. 이야기 기차는 물론, 그 외에 놀이공간도 전부 어린이, 그것도 미취학 아동을 겨냥해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아기들을 좋아하는 나는 얘네가 어린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유니바켄은 굳이 올 필요가 사실 없는 곳이긴하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 창밖을 내다봤다. 이 곳은 완전히 동화책 왕국이다. 스웨덴 어린이들이 부러웠다. 나도 미래에 내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싶었다.



기념품 가게에도 동화책이 가득하다. 삐삐 책은 시리즈별로 구비되어있다. 대부분이 스웨덴어인게 함정이지만,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독일어 등 기타 유럽어로도 구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모네라는 화가를 알게됐던 책! 저 여자애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하여튼 모네의 그림에 관심이 많던 여자아이가 옆집 할아버지와 함께 파리로 미술관 여행을 가며 모네의 삶과 작품을 만나는 그런 이야기다. 그러고보니 저 여자애가 스웨덴 애였다.



기념품 샵에서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 프랑스어 버전 동화책과 엽서 여러장을 사고 나왔다. 기대에는 조금 못미쳤지만 그래도 동심의 세계에 다녀온터라 즐거웠다. 다음 목적지는 아바(ABBA) 뮤지엄. 유니바켄에서 5분 정도 더 걸어가면 나온다.



뮤지엄 앞엔 이렇게 아바의 히트 곡 제목으로 된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런데 결국 난 박물관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ㅠㅠ



다시 트램을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현대미술관에 가려고 했는데 어마어마하게 헤매고 결국 찾지도 못했다. 다리가 너무 아픈 나머지 카페에 들어가서 좀 쉬다가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겨울의 북유럽은 해가 4시쯤이면 지기 시작한다. 



돌아다니다 우연찮게 외스테르말름 동네에 있는 큰 식료품 쇼핑몰(?)같은 곳에 들어가게 됐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는 가이드북에도 소개가 된 살루알(Saluhall)이라는 수산시장이었다. 



외국어로 된 책만 파는 서점에서 한국 신문을 파고 있는 걸 발견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일간스포츠를 스웨덴에서 사서 볼 수가 있다니, 정말 신기한 세상이다.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둔 스톡홀름의 거리는 이런 장식품들을 팔기 바쁘다. 



비록 수전증에 구린 폰카 화질까지 겹쳐 흔들리기는 했지만, 저녁에 본 스톡홀름은 참 아름다웠다. 물론 아직 오후 6시도 안 된 시간이라는 건 함정이다.



거리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물이 달려있다. 정말 예쁘다.



이날 내가 유니바켄에서 사온 것들. 저 삐삐 책은 내가 한국어로 읽었던 것과 내용이 완전히 일치한다. 스웨덴에서 굳이 프랑스어로 된 책을 사는 허세도 한번 부려보고, 예쁜 색감의 삐삐 엽서도 갖게돼서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