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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 퇴사기념 프랑스/베를린/북유럽3국/아이슬란드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20] 스톡홀름(Stockholm)

2013년 11월 17~18일. 스무번~스물한번째 날.



이날 역시 전날처럼 날씨가 좋았다. 아침일찍 일어나 유랑 동행을 구하는 게시판에서 만난 P를 감라스탄 역에서 만났다. 사실 스웨덴에서 웬만한 볼거리는 다 본 터라, 스칸센말고는 그냥 P가 가자는대로 다닐 생각이었다. P는 스칸센에 가기 전 감라스탄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로써 나는 3일 연속 감라스탄 출근 도장을 찍게 됐다. 감라스탄을 한바퀴 돈 뒤 다시 slussen 역 쪽으로 빠져나오게 됐다. 



스칸센은 유르고르덴 섬에 있다. 나는 내가 갔듯이 트램을 타고 갈 생각을 했는데 P는 나보고 페리를 타고 가자고 했다. 스톡홀름 교통권이 있으면 페리도 탈 수 있다는 걸 난 그제서야 알았다. P....넌 천재니...?



스칸센에 도착했다. 스칸센은 스웨덴 민속촌같은 곳이다. 날씨는 좋았지만 역시 북유럽의 겨울 바람은 매섭다. 스칸센은 유르고르덴 섬에서도 좀 높은 지대에 있어서 올라가면 이렇게 스톡홀름을 내려다볼 수 있다.



스칸센에는 이런 동물 농장(?)이 많다. 다양한 동물들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하지만 조류 포비아인 나는 공작새가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스칸센을 오가는 모습을 보고 좀 기절할뻔... 약간 끔찍...



민속촌답게 민속 마을도 꾸며져있다.





스칸센에서 나온 우리는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가 감라스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날이 너무 추워서 나는 신발도 어그부츠로 갈아신고 옷도 더 따뜻하게 입고 나왔다. 



저녁 시간대의 왕궁.



시청사가 보인다.



여기서 낚시를 할 수도 있구나. 



어두운 시간대에 보니 왠지 왕궁이 더 멋있어 보이는 느낌.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뻐서 괜히 한번 찍어봤다.




우리는 왕궁에서 시청사로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날은 몹시 추웠는데, 겨울 찬공기가 가득한 스톡홀름의 분위기가 매력적이었기때문에 충분히 걸을 가치가 있었다.



수전증을 고치는 약을 먹어야 하나...



점점 시청사가 가까와져온다. 사실 나는 이날 이렇게 시청사에 걸어간 것 말고는 시청사에 직접 들어가진 않았다. 그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도 그래서 안 먹었는데, 그닥 아쉬움은 없다.


아이스크림이 문제가 아니라,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톡홀름의 저녁. 



그리고 내 수전증.



이날 나는 지갑을 잃어버렸다. 아마 감라스탄에 있는 케밥집에서 점심을 먹다 잃어버린게 분명하다. P와 중앙역에 왔다가 지갑이 없어진 걸 알아차리고 나는 케밥집으로 곧장 돌아갔지만 수상하게도 벌써 케밥집은 문을 닫은 상태. 


다음날 그 케밥집에 다시 갔는데, 주변 상인들의 말에 의하면 평소보다 2시간이나 늦게 이 케밥집이 문을 열었다. (취재하기 싫어서 퇴사했는데 여행와서 취재를 한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하필 어제 그 친절해보였던 주인은 없고 알바생만 있었다. 알바생에게 부탁해서 주인에게 전화해달라고 했지만 어제 그렇게 영어를 잘 하던 주인은 갑자기 자긴 영어를 잘 못하고 너 지갑은 본 적이 없다는 말만 반복..... 결국 포기하고 감라스탄에서부터 시청사까지 전날 저녁 걸었던 길을 찬찬히 되돌아왔지만 당연히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시청사 뒤쪽에 있는 스톡홀름 경찰서에 가서 분실신고서를 받아와야 했다. 스웨덴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지만, 스톡홀름 경찰들 역시 영어를 엄청나게 잘해서 좀 충격. 경찰서 출입기자였던 내가 퇴사하고나서 여행을 갔는데 다시 경찰서에 가게 되다니. 아니 무엇보다, 살다살다 '스톡홀름 경찰서'에 올 줄 누가 알았겠어.


결국 지갑을 찾지 못한 나는 분실신고서를 달랑달랑 들고 호스텔로 돌아와 그날 하루는 몸져 누웠다. 현금이 없어진 건 둘째치고, 내가 아끼던 지갑과 그 안에 넣어둔 여행다니면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몽땅 잃어버린 게 너무나 속상했다. 원래 이날은 스톡홀름에서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이케아IKEA에 갈 생각이었는데 그럴 기분이 전혀 안났다. 호스텔에서 만나는 애들마다 붙잡고 지갑을 잃어버린 걸 얘기하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샤워실에서 만난 중국 여자애와 같은 믹스룸에 있던 약간 게이 느낌나는 독일 남자애가 가장 대표적으로 내가 민폐를 끼친 아이들. 그때 정말 고맙고 미안했어ㅎㅎ 허전한 마음으로 라면을 끓여먹었다. 스웨덴에선 한국 라면이 인기가 많은지, 동네 슈퍼나 마트에선 한국 라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날 같이 다닌 B가 케밥집에서 내가 찍은 폴라로이드를 사진찍어줬는데, 이걸 다 잃어버린거다. 아.....아직도 쓰리다...............ㅠㅠ.... 반짝반짝 아름다웠던 스톡홀름에서 내 지갑도 어디선가 빛나고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