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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 퇴사기념 프랑스/베를린/북유럽3국/아이슬란드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29] 트롬쇠 또는 트롬소(Tromso,Tromsø)

2013년 11월 27일. 서른번째 날


(마지막 포스트를 올린지 무려 세달째가 다 되어간다...ㅠㅠ)


트롬소를 떠난 건 사실 이 다음날이었지만, 새벽 일찍 비행기를 타야만 했으므로 사실상 이 날이 트롬소, 그리고 노르웨이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은 수족관이 있다는 폴라리아와 트롬쇠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기로 했다.


폴라리아는 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유치원 아가들과 같이 돌고래의 재롱을 본 것이 기억에 남는 정도다. 나는 원래 물고기를 몹시 좋아해서 북극의 물고기를 생생하게 많이 만날 줄 알았건만, 물고기의 종류가 별로 많지 않았다. 펭귄을 기대했는데 펭귄도 없었다. 굳이 시간내서 갈 곳은 아닌듯하다.


오히려 폴라리아에서 나와서 보는 풍경이 더 북극스럽고 인상깊었다.



겨울엔 오후 2시만 넘겨도 금방 어두컴컴해지는 북극도시인 탓에, 내가 보고싶은 트롬쇠의 해지는 야경을 보려면 조금이라도 서둘러야했다. 그렇게 열심히 도착했건만...... 시내에서 전망대로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몰라 어처구니없이 헤매는 탓에 시간을 낭비했고, 결국 나는 해가 다 져서야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온 사람은 나를 포함해 딱 세명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그 두사람은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야경이 보이는 곳으로 나가버려서, 나는 왠지 그들과 같이 있기 민망해 전망대 뒷문을 열어봤다. 그랬더니.....



말 그대로 눈과 바람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여기 뭐지...... 엄청나게 무서운 순간.




약간은 신기하기도했지만,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있다간 이 산에서 조난당한 뒤 죽을 것 같아서 얼른 다시 전망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남들처럼 나도 뒷문이 아닌 앞문을 열고 야경을 봤다.


내가 원한 해가 지는 푸르스름한 야경은 아니었지만, 이 풍경 역시 멋있었다. 참고로 이 때의 시간은 오후 3시 30분 경이다.




하지만 앞 쪽도 야경이 보이는 것만 차이일 뿐, 그 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렇게 휑하기는 마찬가지.



사실 나는 올레순에서 어그부츠 밑창이 떨어지는 바람에, 내게 남은 유일한 신발은 이 뉴발 운동화였다(....) 당연히 이 운동화는 눈에 젖었고, 나는 발이 동상에 걸릴 지경이었다. 솔직히 야경이고 뭐고 발이 너무 아프고 추워서 따뜻한 곳을 찾아 헤맸는데, 전망대는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그러다 들어간 화장실에서 나는 천국을 맛봤다.


트롬소 전망대 화장실 바닥엔 온돌이 깔려있나보다. 따뜻하다. 나는 얼른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바닥에서 따뜻함을 누렸다. 지금 생각하면 몹시 어글리코리안 짓이고, 더러웠을지 모르는데 그땐 이렇게 안하면 정말 발가락을 잘라내야할것 같았다. 부끄럽지만...인증샷까지 남기는 여유까지 생길 정도였으니까.....



전망대 옆엔 식당이 있는데, 내가 갔을땐 운영을 안하는 듯 해보였다. 주인인지 손님인지 모를 사람 둘이서 내가 오든말든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사진만 한장 찍고 얼른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 강하게 들 뿐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기 직전. 정말정말 높이 올라왔음이 실감났다. 



노르웨이, 그리고 트롬소에서의 마지막 밤같은 오후구나.




숙소로 돌아와 노르웨이 슈퍼에서 파는 Mr. Lee 라는 라면을 먹었다. 소고기맛과 매운 소고기맛이 있는데, 소고기맛은 정말 별로고 매운 소고기맛은 하나도 안맵지만 그래도 그나마 우리입맛에 맞는 라면 맛이다. 실제로 한국 사람이 만든 제품이라고 한다. 


라면을 먹고 일기를 쓴 뒤 곤히 잠에 들었다. 그 다음날 새벽 5시 비행기를 타야하는 고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같이 숙소 Home Sleep에 머무는 일본인 아주머니와 같은 시간대 비행기를 타는 걸 알게 돼, 다음날 새벽에 같이 콜택시를 불러 타고 가기로 했다. 콜택시비를 반띵했으니 망정이지, 이 물가 비싼 나라에서 공항까지 왕복으로 택시를 타게 될 줄이야. 최저가 비행기표엔 이런 함정이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