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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 퇴사기념 프랑스/베를린/북유럽3국/아이슬란드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30] 아이슬란드 - 레이캬비크(Reykjavik)

2013년 11월 28~29일. 서른한번째~서른두번째 날



드디어 내가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블로그질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 장본인, 아이슬란드 차례가 왔다. 아 떨려..!


아이슬란드는 이번 퇴사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교환학생 시절 어떤 미국인 저널리스트(미국인이 맞는지 확실하진 않는다)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쓴 책을 봤는데, 거기서 아이슬란드에 대한 글을 읽고 그때부터 아이슬란드에 갈 꿈을 키웠다. 그리고 그 꿈은 퇴사라는 돌발스러운 순간이 찾아옴과 동시에 갑작스레 실현됐다.


트롬소 공항에서 새벽 5시 20분인가에 출발하는 레이캬비크행 비행기를 탔다. 당연히 타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중간에 살짝 눈을 떴는데, 잠이 덜 깬 나머지 구름을 빙하로 착각해서 빙하가 보이는 줄 알고 두근거려하며 사진을 찍었다.



레이캬비크 공항에 도착해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오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 나는 아이슬란드에서 10일 정도의 일정을 보낼 계획이었기 때문에, 5일씩 나눠서 호스텔 두 곳을 예약했다. 첫번째 간 호스텔은 Bus Hostel. 호스텔에서 밀린 빨래를 하고 피곤을 풀면서 시간을 보냈더니 배가 출출해져왔다. 저녁을 뭐라도 해먹기 위해 호스텔 스탭에게 물어서 마트를 찾아 떠났다. 다른 마트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레이캬비크에서 가장 흔한건 분홍색 돼지가 그려진 Bonus 마트다. 


장을 간단히 보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져버린 레이캬비크. 아이슬란드는 하늘 색도 특이하구나.



Bus Hostel 곳곳엔 앙증맞은 안내 문구가 많다. 퍼핀은 아이슬란드에 사는 새인데, 설거지를 잘 해놓으라는 말을 퍼핀을 이용해 저렇게 귀엽고 애절하게 할 수 있다니!



화장실 안내조차 진리를 담고 있다.



푹 자고 일어난 나는, 레이캬비크에서의 이틀째 날에 드디어 레이캬비크 시내로 나갔다. 호스텔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할그림스키르캬 교회가 나온다. 아이슬란드의 어느 이름이 안 그렇겠냐만 이 교회 역시 이름이 몹시 특이한,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다. 


뾰족한 지붕.



이 교회 꼭대기에 올라가면 레이캬비크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레이캬비크의 첫인상은, 레고마을같다는 것.




뭔가 황량하면서도 오밀조밀한 것이, 내게 세상의 끝에 있는 도시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저런 멋진 산도 다 보이다니. 레이캬비크가 맘에 확 들어지는 순간.



전망대에 내려와 시내를 걸었다. 가게며 집이 모두 아기자기하다. 다른 유럽 마을이랑은 다른데, 약간 컨테이너같은 건물이 집으로 진화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과감하게 색을 사용하는 것도 맘에 든다.




이렇게 귀여움을 발산하는 건물도 있다. 장난감 마을같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순간순간, 이렇게 화보에나 어울릴법한 구도가 잡히기도했다.





이름은 까먹은, 레이캬비크의 유명한 공연장을 찾아가는 길. 공연을 보러간 건 아니고, 걷다보니 발이 아프고 따뜻한 곳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냥 가본거다. 이 공연장은 항구 옆에 있다. 해변을 따라 걷는 재미가 있었다.



이 공연장은 이렇게 비늘(?)같은 느낌으로 유명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몸을 식히며 레이캬비크의 항구를 조금 감상해봤다.



걷다보니 역시 배가 출출해져온다. 군대에 가있는 불쌍한 남동생을 약올리는 편지를 보내기 위해 거금을 들여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와 루돌프 펜을 산 뒤에 이름도, 생긴것도 귀여운 Cafe Babalu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이 카페는 정말 사랑스러운 곳이다. 일단 크레페가 맛있다. 나는 라떼와 바나나초코 크레페를 시켜서 엄청난 행복감을 맛봤다. 이후에도 이 카페에 몇번이나 더 와서 크레페를 먹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카페 와이파이 비번은 'Donaldduck'이다. 비번조차 귀여워..ㅠㅠ



편지를 다 쓰고 우체통에 넣은 뒤 숙소로 돌아가려다보니 어느덧 저녁이 됐다. 트롬쇠보다는 위도가 약간 낮아서 그런가 밤이 트롬쇠보다 한시간정도 늦게 찾아왔다. 레이캬비크에서의 (사실상) 첫 날은 따뜻하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