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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 퇴사기념 프랑스/베를린/북유럽3국/아이슬란드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32] 아이슬란드 - 골든서클 투어(굴포스, 게이시르, 싱벨리어)

2013년 12월 2일. 서른 다섯번째 날




다시 여행기를 이어간다. 31편을 쓰고도 8달이 더 지났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블로그는 부지런한 사람이 해야 한다. 나처럼 게으르고 그러면서도 쿨하지 못해 마음속에 찜찜함을 가득 남겨두는 사람이 했다간 정신 건강에 치명상을 입기 쉽다. 하여튼 난 이번 달 안에 퇴사여행기는 모조리 끝내버리고 다음달부터는 간편한 마음으로 올해 다녀온 여행기를 쓰기로 반년이 넘어서야 마음을 다시 먹었다. 휴...... 나 왜 이걸 시작한거니....





이 날은 블루라군과 함께 아이슬란드의 핵심 관광지인 골든 서클을 투어한 날이다. 레이캬비크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굴포스(Gulfoss) 폭포, 게이시르(Geysir), 씽벨리어(Þingvellir.... 이거슨 대체 무슨 글자인가) 국립공원 세 곳의 관광스팟이 나오는데 이 세 곳을 묶어 골든서클이라 부른다고 한다. 무면허에 귀차니즘쩌는 나는 역시 호스텔의 브라질 출신 잘생긴 스태프에게 투어 예약을 부탁해서 새벽부터 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몽사몽이 심각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거의 새벽 7시에 버스를 타야 했던 것 같다. 버스에 앉자마자 졸았는데, 잠시 눈을 떠보니 바깥은 이러했다.




버스가 웬 마을로 들어가더니 이런 곳 앞에 선다. 골든서클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전에 온실 토마토 농장에 들른다고 한다. 난 왜 몰랐지... 하지만 내가 무슨 힘이 있겠어. 들어가본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사실상 거의 농사를 짓지 않는데, 기술이 발전한 요즈음엔 지열을 이용해 이렇게 온실 농사를 많이들 짓는다고 한다. 



여기는 토마토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곳인데, 마트조차 척박하기 그지없는 아이슬란드에서 이런 푸르딩딩한 식물을 보니 지구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 매우 반가웠다. 따뜻한 토마토 수프를 주길래 마셨는데 아침부터 춥고 허기져서 그런건지 시큼하고 따뜻하고 맛났다. 그렇지만 저렇게 뜨거운 토마토 수프를 주스마냥 유리컵에 담아주다니 이건 누구의 발상인것인가. 


어쩌면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나와는 온도를 느끼는 감각점이 다르게 발달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누군가 내 포스팅을 보고 저 곳에 간다면 당신은 한국사람일테니 이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손놀림에 속지 마시고 컵 잡으면 손 데지 않게 조심하시길. 



버스는 다시 황무지를 달리기 시작해



또다른 황무지에 우리를 내려준다.



졸다 깬 나는 여기가 굴포스라는 설명만 간신히 알아듣고 내쫓기듯 버스에서 내렸다. 이 눈이 가득 쌓인 황무지를 걸으면 굴포스 폭포가 나온다고 한다. 춥고, 배고프고, 생전 본 적 없는 지나치게 큰 스케일의 눈밭 앞에서 쫄아버린 나는 사람들을 따라 나섰다.



10분은 넘게 꽤 걸었던 것 같다. 사실 한 치 앞이 잘 안 보여서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불안해지던 찰나에 내 눈 앞에 굴포스 폭포가 나타났다.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숨막힌 아름다움(비루하고도 상투적인 표현 죄송). '여긴 지구가 아니야' 이 생각을 1초 단위로 했다. 



이 굴포스 폭포를 보고 있으니, 사람은 겁나 쪼그만 존재고 우리가 스트레스받고 부대끼고 이런 것들이 다 먼지찌그래기같이 하잖게 느껴지고 그냥 굴포스만 찬양하고 싶어졌다. 굴포스 옆에 조그만 오두막(하지만 히터가 겁나 빵빵해야함...매우 춥다)을 짓고 평생을 굴포스를 찬양하는 데 바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기분은 예전에 스페인 론다에서 누에보 다리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했는데, 그 때의 느낌 X 100만 정도로 가슴벅참이 느껴졌다. 


내 표현력의 한계가 다다랐다. 솔직히 내 능력상 도저히 어떻게 그 감동을 더이상 설명할 수가 없으니 걍 닥치고 사진이나 마니 올려야지.



아. 다들 아는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굴포스와 싱벨리어 등 아이슬란드의 대표 관광지는 물론 이런 미친 스케일의 눈밭과 황무지는 영화 인터스텔라와, 아이슬란드의 자연 스케일만큼이나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쩌는 미드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냥... 그렇다구요..... 아는 척 좀 해보고 싶었음.






아름다워. ㅠㅠ



굴포스 근처엔 기념품샵과 식당이 있다. 사진이 어디갔는지 모르지만 사라졌다. 하여튼 이런 눈밭을 되돌아서 걸어가면 나오는데 나는 이 곳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사먹고 몸을 데운 뒤 게이시르 간헐천으로 나섰다.



굴포스와 게이시르는 가까이 있는데, 역시나 이 곳도 굴포스로 가는 길과 마찬가지로 눈밭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으앙 아이슬란드 사랑해요 ㅠㅠ 



게이시르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수증기가 팍 솟아오른다. 그 높이가 한번터지면 엄청나게 높은데(얼만지 모름. 궁금하시면 네이버 검색 추천드림) 정말 신기했다.



수증기가_지나간_아련한_흔적.jpg




다시 버스를 타고 싱벨리어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 곳은 아이슬란드인들에겐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의 역사가 이 곳에서 시작되었고, 아이슬란드 땅이 여전히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곳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지리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초점 안 맞은 파노라마 사진을 참 많이도 찍어댔구나.



근데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싱벨리어에서 찍은 사진이 왜 이것뿐??!?!?!?! 엔드라이브를 아무리 뒤져도 나타나질 않아........... 내가 뭘 잘못 눌렀는지 다 날아갔나보다........................................... 나는 게으를 뿐 아니라 사진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칠칠이다. 마음이 아프다 ㅠ... 할 수 없이 사진을 찍으러 다시 가야겠다. 이렇게 아이슬란드를 다시 방문해야 할 이유가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