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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 퇴사기념 프랑스/베를린/북유럽3국/아이슬란드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9] 베를린(Berlin)

2013년 11월 6일. 열번째 날


이 날은 내가 베를린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미테지구로 가는 날. 미테 지구는 옛 동독 지역에 있는 곳인데 소규모 갤러리와 편집샵, 개인 카페가 가득한 개성넘치는 거리로 유명하단다.


일단 역에서 내렸는데, 어디로 가야 샵이 많은지 몰라 처음엔 살짝 헤맸다.



그러다 우연찮게 들어간 이 가게. 고급 도자기 그릇으로 유명한 마이센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퇴사한 뒤 각종 일러스트 소품을 파는 개인샵이었다. 소품 하나하나가 어찌나 예쁜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구경하다가, 



결국 안경닦이 두 장을 결코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 사버렸다.



그 이후로는 샵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장난감 가게다. 예쁘고 신기하고 귀여운 장난감이 너무 많았는데, 부피도 크고 일단 가격이 만만찮았다. 나는 자동차에 환장하는 3살짜리 귀요미 조카에게 줄 빨간색 미니 벤츠 자동차를 골랐다.



미테 지구는 동네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상수도관이 보라색이라니. 너무 예쁘잖아.



미떼 지구에서는 이런 특이한 패턴을 벽에서도, 문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옛 '동독'지역이라는 코드때문일까? 미떼지구는 내게 영화 '타인의 삶'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다리가 아파와서 또 카페에 앉아서 쉬었다. 라떼 한 잔이 풍성하다. 미떼지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나는 부자가 된 마음으로 라떼를 마시며 일기를 썼다.



미떼 지구에서 조금 더 걸어서 베를린장벽 기념관까지 걸어갔다. 기념관을 코앞에 두고 헤맨 뒤에야 내가 있는 곳이 기념관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날씨가 이 때 반짝 좋았다. 사실 기념관 자체는 그냥 그랬는데, 이 장벽이 있는 잔디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다시 미떼지구로 돌아와 한참을 떠돌아다니다가, 동물원 쪽에 한인식당이 있다는 블로그 글이 기억나 그쪽으로 가기로 했다. S반을 타고 동물원(zoo어쩌고의 유명한 역인데, 내가 스펠링을 몰라 그냥 동물원 역으로 불렀다) 역으로 왔다. 그러다 이 엄청난 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전체가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파는 곳이었다.



환상적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가게를 둘러싼 나선형 계단 중앙엔 이렇게 거대한 화이트 트리도 있다. 1층부터 3층까지 모두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판다. 상품은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사진이 없는게 아쉽다. 엄청나게 귀엽고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장식품들로 가득했다. 2층과 3층에서 파는 건 일반 장식품 수준을 넘어선 퀄리티에, 가격도 고가였다. 이 가게에서만 거의 1시간 가까이 구경한 것 같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인식당은 유럽의 여느 한인식당이 그렇듯 맛이 그저 그랬다. 하지만 따뜻한 국물요리를 먹었다는 데 위안을 삼고 천천히 걸어왔다. 걸어오는 길에 지나간 동물원 역 근처 빌딩인데, 어딘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