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여행 여덟번째 날.
(론다 여행기를 쓰고 난 뒤 거의 1년만에 다시 쓰는 여행기다.. 흠.. 세세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쨌든 수첩에 적어둔 것들이 있으므로 그걸 참고해서 써야지-,-;)
26일 론다에서 버스를 타고 세비야 도착. 호스텔이 시내에서 살짝 멀리 떨어져있었는데, 시내버스 타고 내리라는 데서 내려서 잠시 헤맨 후에 무사히 호스텔에 도착했다.
그날 저녁 친구와 간단히 스파게티를 해먹고, 다른 호스텔 애들이 자기네 호스텔 옥상에서 상그리아를 마신다고 초대해서 거길 따라갔다왔다. 몽롱한 음악을 들으며 상그리아를 마시고 알딸딸하게 취해 옥상에 누워있는데......정말 더웠다. 정말로 너무너무 더웠다. 바람 한 점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였다. 평화롭게 누워있는 인간들이 난 그저 신기했다......
다른 호스텔 옥상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무슨 호스텔이었는지는 기억 안ㅋ남ㅋ).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겠다고 나가서 맥주도 마시고 상그리아도 마시지만 더위 해소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한여름의 세비야엔 일교차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절절히 느꼈다. 그냥 극도의 더위만이 존재할 뿐이다.
27일 아침, 동양인 여자 특유의 부지런함을 발휘해 친구와 함께 시내로 나섰다. 에스파냐 광장이랑 세비야 대성당에 가는 게 목표. 그리고 이날 ......... 지옥의 더위를 체험했다.
세비야 시내. 세비야의 아침은 조용하다. (게으른) 스페인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을 시간... 여기저기서 보이는 사람이라곤 부지런한 관광객 뿐이다. 그리고 덥다.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황금의 탑(Torre del Oro). 일부러 간 건 절대 아니고 그냥 걷다보니 이 탑이 나왔다. 솔직히 너무 더워서 별 감흥이 없었다. 매우 덥다.
어찌저찌하여 드디어 발견한 스페인 광장, 플라싸 데 에스빠냐. 김태희가 여기서 탱고를 췄더랬지... 나도 따라서 춰볼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정말 더웠다.
분수가 있지만...... 더웠다.
겨우겨우 도착한 대성당. 크고 아름답다. 하지만 나란 여자 성당건축에 별 감흥 없는 여자..... 건축에 대한 심미안 따위 없는 여자... 그저 더울 뿐인 여자...
시원한 성당 안에서 잠시 쉬고 난 뒤, 다시 엄청난 계단을 올랐다. 세비야 전경을 보기 위해서였지만....다시 더워졌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한 5분 정도 청량한 기분을 선사했다. 역시 난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아. ㅠㅠ 그리고 다시 쪄죽을듯한 더위가 찾아왔다.
호스텔에 겨우 기어들어와 한 30분 뻗어있다가 간단히 밥해먹고 그냥 그 안에서 쉬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나가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너무 더운 날씨다. 40도는 그냥 넘어가는 그 날씨.... 잊을 수 없어.... 호스텔에서 만난 어떤 애들은 계란을 사서 바닥에 깨보기도 했단다. 정말 계란후라이가 되었다는 신기하지만 절망스러운 그 곳의 날씨. 한여름의 세비야는 정말....... 그저 잊을 수가 없다는 말 밖엔.
저녁에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버스를 타고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떠났다. 그날 밤 유로 2012 경기에서 스페인과 포르투칼의 경기가 있었는데, 우린 포르투갈로 떠나기 때문에 진심으로 포르투갈이 이기길 바랐다. 하지만 스페인이 이겼고, 신이 난 스페인 사람들은 우리가 탄 버스를 퉁퉁 치면서 승리를 만끽했지.
★ 이날 쓴 돈
호스텔에 짐 맡기는 돈 2유로/ 세비야 대성당 입장료 3유로/ 기념품 2.7 유로/ 기념엽서 1.2유로/ 점심 해먹은 돈 3.22 유로/ 호스텔에서 시외버스정류장까지 버스비 1.3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