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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악의 출퇴근 '지옥길'은 어디?(2013-07-12)

전국 최악의 출퇴근 '지옥길'은 어디?


2013-07-12 12:00

CBS노컷뉴스 전솜이 기자


[홀대받는 서울 서남권] ③ "최악의 출근길, 언제나 풀리려나"

서울 영등포, 강서, 구로, 금천 등 서남권이 '낙후지역'의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70~80년대 강남 개발에 치이고 2000년대 이후 강북의 '뉴타운'에까지 밀리는 등 서남권은 계속 소외됐다. 밀집돼 있는 공장단지와 열악한 주거 환경은 21세기 서울의 경쟁력과는 거리가 멀다. 뒤늦게 서남권에 대한 투자와 개발 약속이 잇따르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경기 침체 여파로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CBS노컷뉴스는 낙후된 서울 서남권을 4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지금도 '공중변소' 쓰는 21세기 서울시민 

②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더 가난해지는 동네 

③ "최악의 출근길, 언제나 풀리려나" 

④ "공원, 병원, 어린이집…제대로 된 게 없다" 



지난 10일 저녁 7시 25분, 서울 금천구 가산동 마리오사거리. 그야말로 주차장이 따로 없었다. 


마리오사거리에서 수출의 다리까지 겨우 200m 가량을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분. 수출의 다리를 건너 바로 앞 철산교까지 또 10분이 걸렸다. 


차를 탄 지 30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서부간선도로에 들어섰다. 하지만 '지옥'의 정체 구간인 오목교와 목동교 사이에서 차들은 아예 멈춰 서 버린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 차들이 정말 꼼짝도 안 한다. 목동교 부근에선 경인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 차량까지 합쳐져 난리다. 


금천구 가산동에서 성산대교 입구 오른쪽 갓길까지 막히지 않는다면 15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퇴근길은 으레 1시간이다. 


운전자들은 여기저기서 "복장 터진다"며 한숨을 내쉰다. 


12일 오전 오목교 인근 서부 간선도로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 "걸어서 5분 거리, 차로는 30분" 


서부간선도로는 영등포구 양평동 3가에서 금천구 독산동 시흥대교를 잇는 왕복 4~6차선의 도시고속도로다. 


말만 '도시고속도로'이지 출퇴근 시간 서부간선도로의 평균 통행 속도는 20km/h 이하로 떨어진다. 제 기능을 전혀 못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체가 하루 종일, 연중무휴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서부간선도로의 하루 평균 통행 속도는 32km/h로 서울 주요 7개 도시고속도로 가운데 가장 낮다. 


택시기사 이모(59) 씨는 "금요일은 낮 12시, 평일엔 6시부터 막히기 시작해 밤 10시까지 꼼짝 못할 때가 있다"면서 "광명으로 넘어가려고 하든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려고 하든지, 수출의 다리 밑으로 빠져 서부간선도로를 타려고 하든지 어떤 경우에도 모두 정체가 심하다"고 했다. 


회사원 권모(51) 씨는 "광명, 남부순환로, 서부간선도로 진입로가 다 이쪽(가산)으로 몰려있는데 도로가 좁으니까 다 막힌다"며 "가산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인프라는 그대로니까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도로도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워낙 좁고 심지어 1차선 외길도 많기 때문이다. 


금천구의 전체 도로 길이는 179km로 강남구의 433km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이 가운데 도로 폭이 25~40m인 '대로'는 5.9km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짧다. 


폭 40m 이상 '광로' 역시 5km에 불과하다. 강남구(대로 31km, 광고 35km)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수준이다. 


낙후된 도로망 때문에 갈수록 산업 생산성이 떨어지자 교통 처리 용량을 늘리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정체된 서부 간선도로. (사진=송은석 기자)


◈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기대 반, 우려 반" 


지난달에는 서부간선도로 철산교에서 금천IC 구간 차로가 2개에서 3개로 확대됐다. 앞으로 디지털 3단지에서 두산 길 사이 차로도 확장된다. 


가장 굵직한 사업으로는 역시 서부간선도로 지하화이다.


서울시는 영등포구 양평동(성산대교 남단)에서 금천구 독산동(안양천교)에 이르는 구간에 4차선의 지하도로를 뚫고 추후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와 연계, 내부순환형 도시고속망을 형성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착공할 계획이라며 현재 민자 사업자와 협상중이다. 


일단 지역 주민들은 기대가 크다. 


독산동의 박용달(57) 씨는 "도로가 지하화 되면 출퇴근도 좋아지고 그 위에 생기는 엄청난 땅에 주민 편의시설을 만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다"며 반겼다. 


다만 민자 사업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사업 심사와 심의과정, 그리고 착공 전 인·허가 결과에 따라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 예산이 일정 부분 투입되는 만큼 시 재정 여건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이 사업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돼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됐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민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으로 착공이 미뤄져왔다. 


일부 주민들은 "공사가 제대로 착착 진행될지는 지켜보는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지하도로가 만들어져도 통행료까지 내면서 다녀야 한다는 것은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 주소: http://www.nocutnews.co.kr/106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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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남부권의 낙후함을 다루는 기획 기사 2편.(사실 3편이지만, 내가 취재에 참여한 건 2편부터이므로 내 기준에선 이게 두번째다ㅎㅎ) 원래는 서부간선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의 차에 동승해 동행취재를 하려했는데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기 매우 어려웠다...취재력의 한계...... 그래서 내가 직접 퇴근 시간에 가산동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를 타고 얼마나 막히는지 시간도 재고 택시기사의 생생한 증언도 들어보기로 했다. 과연 막히기는 무지무지하게 막혔다. 내가 취재를 하고 있으니 막히면 막힐 수록 신나기는 했지만(?), 평소같았더라면 성질 급한 나는 이미 분노가 폭발해서 택시고 뭐고 그냥 걸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