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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 퇴사기념 프랑스/베를린/북유럽3국/아이슬란드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28] 트롬쇠 또는 트롬소(Tromso,Tromsø)

2013년 11월 26일. 스물아홉번째 날(2)



** 단언컨데, 이 글은 내 모든 블로그 글 중 가장 동화스러운 사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북극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온 나는 트롬쇠 시내를 정처없이 돌아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옆 항구를 끼고 돌아서 시내로 나왔다. 오후 2시가 넘은 트롬쇠는 이미 저녁이었다. 내 생애 첫 오후 2시에 맞는 저녁이었다. 



이 배들은 모두 북극의 바다를 다니는 배들이겠지. 신기하다.




이미 눈이 엄청나게 쌓여있는데, 그 순간 내리고 있는 눈의 양 역시 만만찮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린 시내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동화의 한 장면에 있는 것 같았다.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황홀함이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때는 오후 3시도 채 안 됐을 때다.




눈이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쏟아졌는지....... 이미 해가 져버린 오후 시간, 엄청난 양의 눈, 그리고 내가 지금껏 만나보지못한 몽환적인 분위기는 발걸음 하나하나마다 내가 북극 마을에 와있음을 실감케했다.




이 와중에 유모차를 끌고가는 노르웨이의 젊은 엄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도 미래에 내 아이가 생긴다면 날씨 따위엔 굴하지않는 강한 엄마가 되고 싶다.



내 인생 최고로 많은 눈을 한번에 본 날이 아마 이 날이 아닌가싶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걸까? 한밤중에 가는 것 같지만, 이 때는 벌건 대낮인 오후 3시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은 매섭게 쏟아지고......



환상적인 풍경에 취해 정처없이 떠돌다가, 결국 너무 추워서 동사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내 교회로 들어왔다.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의 교회다. 



몸을 녹이고 나왔는데 바깥 상황은 변한 게 없다. 북극의 위엄이다.






작은 카페에 들어가 핫초코를 사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저녁시간이 아니라니 의아할 뿐이다. 핫초코로 몸을 데운 나는 항구 쪽으로 나와봤다. 



북극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마구마구 드는 바다다. 





잔뜩 쌓인 눈을 보며 북유럽의 겨울, 아니 북극의 겨울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또 놀라고야말았다. 저녁을 먹을 시간은 한참 남았지만, 시내를 돌아다니기엔 지치고 뭔가 날이 어두운 게 저녁같아서 그냥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이날 만난 트롬쇠의 모습은, 내 인생에서 가장 동화스럽고도 환상적었으며, 아름답고도 비현실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