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6일. 서른 아홉번째 날
아이슬란드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 다음 날에는 새벽같이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하루 남은 아이슬란드를 무조건 재미나게 만끽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나는 용암 동굴 투어를 신청했다.
버스는 또다시 우리를 이제는 익숙한 황무지에 내려줬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도로와, 산과, 눈 뿐이다.
우와. 진짜 이 산좀 보세요. 너무 멋지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에게 가이드는 저런 보호복을 나눠줘서 입게 했다. 꺅, 이런 작업복스러운 거 너무 좋아요.
헬멧까지 착용하고 우리는 착하게 가이드를 따라 황무지를 가로질렀다.
이끼가 가득한 이 황량함.
가다보니 이런 동굴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동굴같은 그런 거창한 입구따윈 없다. 정말 황무지를 걷다보면 땅 밑에 저런 뜬금없는 입구가 등장한다.
매우 좁고 낮고 어두워보이는 동굴.
이 동굴의 이름인가보다. 역시 읽을 수 없다. 지도가 있긴하지만, 나같은 까막눈에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지도다. 왜냐면...
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기 때문이다. 헬멧에 라이트가 달려있는 이유다.
저 라이트에 의존해야 사람도 보이고 앞도 조금이라도 보이고 종유석과 석순같은 것들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걸을 수 있다.
어두운데다가 비좁고 천장도 낮다. 계속 저렇게 한참을 구부리고 걸어다녀야 하는데 허리가 진짜 아프다.
아저씨가 뭔가를 설명해주시지만, 잘 안들린다.
찍을 당시만 해도 천장에 뭔가 신기한 구석이 있어서 찍었겠지만, 이제와서 보니 대체 왜 찍었는지.... 안그래도 폰카로 찍어서 화질이 구린데, 더더욱 구린 사진들이 가득하다.
쩝. 좋은 카메라를 들고 갑시다 여러분.
정말 크다. 이 고드름과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캄캄한 용암 동굴을 헤쳐나와 다시 아이슬란드의 황무지로 돌아왔다.
너무나 쓸쓸해서 아름다운 아이슬란드. 지구가 아닌 곳은 이렇게 생겼겠구나 싶은, 나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한 신기한 땅 아이슬란드.
그렇게 나는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