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1일. 네번째 날
드디어, 내 프랑스 고향 껑으로 가는 날.
우리나라 여행 안내책엔 '캉'으로 나와있지만 프랑스어 발음은 껑에 가깝고, 나도 껑이라고 불러왔기때문에 껑이라고 해야지. 껑에 다시 가는 건 3년 만이다. 1년 동안 인생 처음으로 외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산, 내게는 프랑스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교환학생 시절엔 외롭기도 참 외로웠는데 한국에선 또 어찌나 껑을 그리워했는지. 그 때는 이 곳에 언제 다시 오려나, 했는데 3년만에 다시 가게 됐다. 인생은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헨느에서 아침 일찍 S오빠보다 먼저 껑으로 출발했다. 짐이 있어서 시내까지 직접 걸어가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헨느 역까지 갔다. 헨느의 지하철은 무인 지하철이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모니터에 'Caen'이 뜬다. 단지 글씨일 뿐인데 반가움이 밀려온다.
기차 안에선 한 숨도 안 자고 주변 풍경을 꼼꼼히 보면서 왔다. 파리에서 껑으로 오는 길과 헨느에서 껑으로 오는 길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기대한 풍경을 제대로 못본 게 아쉬웠다. Lisieux 같은 소도시의 특이한 교회도 지나오고 그랬는데 그런 풍경이 안 보여서 좀 섭섭했다.
껑에 도착하니 기차역에 M언니가 마중을 나와있었다! M언니 역시 3년 만이다. M언니는 껑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껑도, 기차역도, M언니도 모두 너무나 반갑다. M언니네 집에다 짐을 두고 언니가 학교 수업을 들으러 간 사이 나는 오랜만에 만난 껑을 혼자 둘러보기로 했다.
껑의 귀여운 트람, twisto도 여전히 잘 있었다. 내가 장담하건데 껑의 트람이 전 세계 모든 트람 중에 가장 귀엽다. 애벌레같이 꼬물꼬물.
내가 좋아라 한 트람, 다시 타니 어찌나 좋던지.
내가 살던 때와 달라진 게 있는데, Quai de Juillet 역 근처에 큰 쇼핑몰 Les Rives de l'Orne 이 새로 생긴 것. 와이파이도 무료. 익숙한 곳을 다시 볼 줄 알았는데, 새로운 곳을 만나니 순간 약간 껑이 낯설었다.
이 쇼핑몰엔 시내에 있던 영화관 PATHE가 더 크게 들어와있기도 했다. 지금 살면 여러모로 더 편하게 살 것 같긴 하다.
새로운 쇼핑몰의 등장에 살짝 충격받은 나는 내가 익숙한 곳인 까르푸로 갔다. Campus 2 쪽에 있는 까르푸다.
하지만 여기조차 내게 낯선 느낌을 안겼다. 카트의 모양이 미묘하게 달라져서다. 3년이란 세월은, 모든게 느리기만 하던 프랑스에도 조금씩의 변화가 생기는 시간인가보다.
이 날은 할로윈이었기때문에 아이들이 분장을 받고 있었다.
드디어(?) 익숙한 풍경이 나왔다. 나의 프랑스 교환학생시절 내게 무한한 위로가 되어준 까르푸!
학교에서 돌아온 언니는 내게 맛있는 저녁밥을 차려줬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곳에서 편안한 사람과 따뜻한 저녁식사. 식상한 표현일지라도, 이 날은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