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일~2일. 다섯~여섯번째 날
2층 M언니네 창밖으로 내다보니 비가 살짝 온듯 했다. 또 시차때문에 새벽에 깬 나는 아침일찍 빵을 사먹으러 나섰다.
퀵에서 햄버거를 사먹고 오전엔 밀린 빨래를 한 뒤, 오후 느즈막히 시내로 나갔다. M언니네 집에서는 내가 껑 시내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중고서점 거리가 가까웠다.
아주 조금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껑은 내게 이렇게 환상적인 하늘 색깔을 보여줬다. 이 그라데이션된 하늘 색이 좋다고 3년 전에도 일기에 가득 쓴 적이 있다. 그 때는 학교 언덕에서 하늘 색을 바라보며 '힘들어도 교환학생 오길 참 잘했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유럽도시처럼, 껑도 저녁이 아름답다.
내가 지나다니면서 심심찮게 마카롱을 사먹던 가게도 지나갔다. 마카롱은 모양도 색도 이름도 맛도 다 예쁘다.
다음날에도 또 시내를 돌아다녔다. 헨느에서 온 S오빠와 껑에서 M언니와 함께 미술을 공부하는 W도 합세했다. 네 명 모두 각자 서로 다른 기억으로 껑을 기억하겠지.
이 날은 S오빠가 귀국을 앞두고 파리로 돌아가는 날. 원래는 내가 간 뒤 생겼다는 껑의 중국국수 맛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S오빠 기차 시간에 늦을 것 같아 포기했다. 덕분에 추억의 Cafe Latin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스테이크를 시켰다. 저 통통한 프랑스의 감자튀김, 오랜만이야. 맛있게 싹싹 다 비워서 먹었다.
기차역으로 S오빠를 배웅하러 갔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S오빠가 기차에 타자마자 미친듯이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져내렸다. 그 순간이 너무 웃겨서 나는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비바람이 심각하게 몰아쳤는데(역시 날씨는 여전히 껑답구나)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