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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 퇴사기념 프랑스/베를린/북유럽3국/아이슬란드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0] 베를린(Berlin), 포츠담(Potzdam)

2013년 11월 7일. 열한번째 날



이날은 빡센 관광객모드로 돌아다닌 날이다. 일단 베를린에 왔으니 남들 다 가보는 베를린 박물관 섬에 가보기로 했다. 나란 인간은 그다지 학구적이지 못해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 온갖 박물관이며 미술관에 이미 질린 터라, 그 이후론 어디를 여행가도 '~관'엔 잘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베를린에서 있는 날도 많고, 괜히 안 갔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싫어서 일단 갔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박물관 섬 곳곳엔 공사가 한창이었다. 비수기에 하는 여행은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는 풍경을 감수해야 한다.



박물관 섬에 있는 박물관 3개를 들어갈 수 있는 패스를 구입했다. 사실 박물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박물관 외관이 멋있었나보다. 박물관 건물을 찍은 사진이 좀 쓸데없이 많다.



제일 유명하다는 페르가몬 박물관에 들어와봤다. 유적의 크기가 엄청나다.




하지만 보면서도 계속 '이건 대영박물관에서 봤던 거랑 비슷하네', '이건 그리스에서 본 것 같네', '이건 루브르에서 본 조각이랑 비슷한것같네'.......'다 비슷하구만'. 나와 박물관 관광은 안맞는다는걸 다시한번 실감했다.



신 박물관에서 교과서에 나왔던 네페르디티의 흉상을 보고 좀 신기했던 것 말고는 큰 감흥없이 끝난 박물관 투어. 지하철역에서 파는 커리부어스트 소세지를 점심으로 먹고, 포츠담으로 향했다. 베를린에서 포츠담은 S반을 타거나 regionale 지역선 기차를 타고 쭉 가면 나온다. 나는 베를린 웰컴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S반을 타고 갔다. 포츠담까지는 한시간 좀 안 되게 걸린 것 같다.


할로, 포츠담.



포츠담 역에서 저 광장(?)까지는 트램을 타고 왔는데, 저기서 상수시 궁전까지 3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혼자 갔으면 몹시 심심할 길이었다. 다행히 유럽여행 카페 유랑에서 구한 동행이 있어서 이런 저런 여행 얘기를 하며 지겹지 않게 상수시 궁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수시 궁전이 눈에 보이기까지, 얼마나 다리가 아팠는지. 생각보다 거리가 꽤 된다.



상수시는 프랑스어로 '근심이 없다(sans souci)'란 뜻이다. 내가 아는 모든 궁전 이름중에 가장 멋지다. 퇴사 이후 여행을 하고 있는 내 마음 상태도 '상 수시' 였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일은 여행자로 지내는 일이다. 하지만 궁전까지 가기 위해 저 깨알같은 계단을 오를 생각을 하니, 근심이 살짝 생기긴 했다.



상수시 궁전을 등지고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봤다. 돌아갈 길이 사실 좀 막막하다.



궁전 옆 연못에는 이렇게 청둥오리들이 평화로이 둥둥 떠다닌다.



자잘한 계단을 아픈 다리를 참고서 오르자, 드디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상수시.




꽤 많은 계단을 올라왔는데, 막상 올라와서보니 그닥 높은 느낌이 안 든다. 



낙엽의 색깔이 상수시 궁전의 노란 외벽이랑 좀 비슷하다.



궁전 관람을 마치고 상수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사실 상수시는 굉장히 큰 공원같은 곳이다. 저 노란 궁전이 가장 메인 볼거리이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작은 규모의 궁전이나 건물이 많다. 하지만 우린 결국 길을 잃어서 이런 알 수 없는 숲을 헤맸다.



숲을 헤매다 발견한 알 수 없는 건물. 왠지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다른 궁전도 보려고하다, 다리가 너무 아프고 피곤해 동행과 나는 베를린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상수시 궁전에서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큰 퀘스트였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고, 예상치 못한 포츠담의 저녁 풍경까지 보게 됐다.




안녕, 포츠담. 이날 돌아다니면서 느낀건,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니는 여행은 정말 피곤하다는 것.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이는데, 아는 게 없으니 보이는 게 정말 없다는 것. 굵직굵직한 곳을 다녔는데, 의외로 영양가는 그닥 없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