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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런던/남프랑스/스위스

[2015 유럽여행 기록 6] 남프랑스 둘째날 - 니스(Nice)

2015년 4월 27일. 여행 다섯째날




인터넷을 보니, 매주 월요일엔 니스의 살레야(Saleya) 꽃시장 근처에서 앤틱 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공교롭게도(=기쁘게도) 우리가 일정을 짜다보니 니스에 머무는 날 중 월요일이 있었다. 여행 시작 전부터 니스 앤틱시장은 우리가 정말 기대하던 일정 중 하나였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ㅠㅠ 남프랑스에서 비라니 ㅠㅠ 이건 너무 하쟈나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레야 시장으로 가봤지만,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오늘 날씨엔 안 열릴 것 같기도한데' 라는 대답만 돌아와서 불안감 증폭. 


그렇지만 가끔은 불안함 예감이 틀리기도한다. 우리 눈앞엔 너무나 큰 규모의 앤틱 벼룩시장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룰루랄라~ 유럽 여행에서 앤틱 벼룩 시장의 재미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런 오래된, 누군가의 손떼가 묻은 소품들을 보고있으면 마음이 부자가 되는 기분이다.



상태가 굉장히 좋은 물건들도 많다. 물론 그런건 비싸다. ㅎㅎ...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있다! 건물 벽에 그려진 저런 벽화며 장식이 매우 이국적이다. 



비가 그쳤으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해야지. 타일로 장식된 식탁. 정말 남프랑스스럽다. 



휴.....너무 예뻐서 한숨이 나온다....



다 예 뻐.......



비가 그쳤다고 생각했는데, 섣부른 판단이었다.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사진에 보이는 희끄무리한 | <- 이런것들이 전부 빗줄기다. 빗줄기가 진짜 장난아니게 굵었다. 우리를 포함해 사람들은 모두 천막 안으로 대피했고, 벼룩시장 상인들은 급하게 비닐이나 천으로 물건들을 덮었다. 



비가 그칠때까지 천막에 고립된 우리. 남프랑스는 365일중 300일이 해가 나는 날씨라는데, 어쩌다 나는 나머지 65일에 걸린걸까. 



비가 잦아들 생각을 안 해 겨우겨우 근처 레스토랑 아무데로나 들어갔다. 오늘 하루를 어찌 보내야할지 막막하니, 일단 점심을 먹어야지. 리조또와 스파게티를 시켰다. 



먹고 나오니 비가 또 그쳐있다. 니스의 날씨가 이토록 변덕맞을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비가 오는 것보다 훨 나으니 우리는 해변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가다보니 안톤 체호프와 앙리 마티스가 살았다는 집도 나온다. 유럽사람들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살았던 건물에 꼭 표시를 해둔다. 



먹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과 니스의 지중해 바다가 펼쳐진다. 



날씨가 슬슬 좋아질 것 같다. 



물론 아직 먹구름은 가득 껴있지만, 니스 해변은 날이 좀 더 좋을때 오기로 하고 마세나 광장으로 향했다. 



프랑스 어디에나 있는 회전목마. 얘는 무려 복층으로 되어있다. 



마세나 광장으로 가는 길에 설치된 알 수 없는 조형물. 뭐라고 설명이 붙어있긴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가는 길에는 이런 분수도 있다. 어디나 이런 곳에선 애들이 뛰어놀기 바쁘다. 



마세나 광장 화단에 가득 피어있는 꽃들. 우리는 마세나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마티스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미술관, 박물관엔 그닥 흥미가 없는 사람이지만 이날처럼 비오고 흐린 날엔 실내 관광을 해야 한다. 니스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미술관은 현대미술관, 마티스박물관, 샤갈미술관 등이 있는데 우리는 마티스를 택했다. 샤갈은 예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샤갈전을 본 적이 있어서다. 



우리가 탄 버스는 샤갈, 마티스 박물관을 모두 지난다. 샤갈에 먼저 내리고 그 후에 3정거장쯤 더가면 마티스다. 이런 부정확한 정보 죄송합니다.... 


버스에 내리면 이런 알 수 없는 장소를 지나가야 한다. 역시 정보랄 것도 없는 설명 죄송합니다... 가상 세계의 저장공간을 내가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낭비하고 있다. 



마티스 박물관의 빨간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가는 길에 본, 게이트볼 같은 놀이를 하고 계시는 동네 어르신들. 



마티스 박물관 바로 앞에는 이렇게 올리브나무가 가득 심어져있다. 예전에 그리스 여행을 할 때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나무에 우리 가족 모두가 큰 감명을 받은 기억이 있어서, 우리는 그냥 올리브 나무를 좋아한다. 엄마 얼굴을 가리는 스티커가 올리브였다면 더 좋을텐데... 티스토리는 더 다양한 스티커를 개발하라!!



비가 와서 그런가... 입장하려는 줄이 진짜 길다. 정말 길다. 설상가상 나는 잠이 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렇게 의미없이 오렌지 나무 사진이나 찍으며 겨우겨우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거의 30분쯤은 기다린듯하다. 여유로운 유럽인들조차 이렇게 입장이 느리게 진행되는걸 이해할 수 없어하는 눈치였다. 진짜 심각하게 티켓 발권이 느릿느릿했다...



다리아픔과 졸림(=저질체력)을 극복하고 간신히 입장한 마티스 박물관. 원래 사진을 못 찍게 되어있는데, 그걸 나는 나중에야 알아서 그 전까지는 계속 사진을 찍었다. 흑....어글리 코리안 죄송해요. 여하튼 이 그림이 맘에 든다. 



사실 이 곳은 마티스 '박물관'이지 '미술관'이 아니라, 그림보다는 이런 마티스와 관련된 사진이나, 물건들이 더 많다. 그림은 사실 많지 않아서 약간 실망.... 그래도 거장이 쓰던 도구함인데, 이런건 참 신기하다. 



마티스는 집안에 저런 한자를 걸어두기도 했나보다. 뭐라고 써있는지 모르는 한자 까막눈 아시아인1이 여기 있쯥니당..



이렇게 마티스가 그린 정물화에 등장하는 사물이 그림과 같이 전시되어있기도 하다. 이런건 참 신기하다. 나한테 저런 의자를 줬더라면, 나는 그릴 생각 안 하고 저 위에 앉아서 과자나 뜯어먹었겠지. 


니스는 마티스가 말년에 산 곳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마티스의 말년은 좀 쓸쓸했던 것 같기도 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파란 하늘이!!!!!!!!!!!!!



먹구름이 걷히고 나서 본 마티스 박물관, 훨씬 예쁘다!!!! 



날씨가 갑자기 좋아져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날엔 무조건 해변으로 가야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마세나 광장으로 가는 길이 급하다 급해. 얼른 바다를 보여주세요.



얼른 이 길을 건너야해!!!!!!



빨리 바다로 가야한다!!! 다시 비가 올까봐 마음이 조급하다.



그렇게 도착한 니스의 해변. 



눈앞에 펼쳐진 지중해를 좀 보세요. 아름답당.



아직 먹구름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멋있는 것 같기도 하다. 





비록 아침엔 폭우(...)가 오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이런 날씨에 니스 바다도 볼 수 있고 어쨌든 여행이 망쳐진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그렇게 쏟아진 비 때문에, 이 바다가 더 특별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