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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런던/남프랑스/스위스

[2015 유럽여행 기록 5] 남프랑스 첫째날(2) - 모나코(Monaco)

2015년 4월 26일. 여행 넷째날(2)




에즈는 절벽 마을이기 때문에 니스에서 꼬불꼬불 올라왔던 것처럼 다시 꼬불꼬불 내려가야한다. 버스 기사는 거침이 없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엄마가 여기서 엄청나게 멀미를 해버린 것이다. ㅠㅠ 대체 어떻게해야할지 난감해할 때, 마침 에즈 기차역에 도착했다. 



엄마는 절대 더이상 버스를 타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이 멋진 절벽을 뒤로한채 멀미의 잔상에 시달리는 엄마를 보고 나는 결국 버스를 포기하고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모나코로 가는 기차는 그냥 지역선을 타면 되기 때문에, 버스보다는 비싸지만 기차값이 얼마 안 한다. 편도로 3.5유로가 나왔다.



아무도 없는 간이역같은 에즈역 자판기에서 모나코로 가는 기차 편도표는 샀다. 저 길을 따라 쭉 가면 모나코다. 근데 기차가 언제 오는지 알 수가 없다. 시간표가 붙어있긴 했는데, 일부분이 시간표를 넣는 틀 안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장난?^^^^^^ 프랑스인들의 일처리란 정말^^^^^^^^) ....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래서 나는 모나코로 가는 기차가 언제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마냥 기다려야 했다.



그와중에 멀미를 극!뽂!한 엄마는 신이 나있다. (응???) 



와, 이렇게 보니 에즈는 정말 절벽 한복판에 있었구나.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기차 한 대가 왔는데, 도대체 모나코로 가는건지 아닌건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랑 같이 기차를 기다리는 한 커플도 몰라서 나한테 물어봤는데, 우리는 그냥 기차가 떠나기 전에 기차 문에 모나코 왕관같은게 그려져있으니 맞겠거니 하는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그냥 기차로 올라탔다. 그리고 다행히 맞는 기차를 타서 우리는 모나코로 무사히 입성! 30분 정도도 안 걸린 것 같다. 진짜 가깝다. 



날씨도 흐리고 일요일이라 상점이 모조리 문을 닫았다. 모나코의 첫 인상은 마카오와 살짝 비슷했다. 카지노로 유명한 곳은 다 비슷한 인상을 주나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모나코 왕궁으로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버스를 타도 되고 걸어도 되는데 자긴 그냥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도 걸었는데..^^ 모나코 기차역에서 왕궁은 걸어서 갈 수는 있지만 절대 가깝지 않다. 유럽인들의 '걸어도 된다'는 말은 함부로 믿어선 안 된다는 나의 잊혀진 경험이 다시 떠올려지는 그런 멀고 먼 그런 거리였으니 그냥 버스타세요..


가는 길에 이런 광장이 나온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렌지 모양의 타일이 박혀있다. 꺄 귀요웡



먹구름이 끼는게 날씨가 심상찮다. 어서 왕궁으로 부지런히 가야징. 다 온 것 같다 >_<



...는 섣부른 내 착각. 왕궁으로 가려면 이 성벽길을 따라 더 걸어야 한다.



높고도 높은 곳에 사셨군요, 그레이스 켈리.



그래도 걷다보면, 모나코의 부유함을 보여주는 요트 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캬 저도 한번 태워주세용.



드디어 성이 보인다! 다리를 몹시 혹사시킨 후에야 우리는 모나코 성에 도착했다.



세기의 여인 그레이스 켈리가 한때 살았던 왕궁. 나는 그레이스 켈리와 아무 인연이 없고, 에르메스 켈리백은 커녕 그 켈리백 디자인을 따온 백 하나조차 없는, 정말 아예 관련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감흥이 남다르다.



그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파노라마 사진도 한번 찍어봤다.



참고로 모나코 왕궁은 그 일부를 관광객에게 굉장히 비싼 입장료를 받고 공개한다. 나와 엄마는 그레이스 켈리가 살았던 곳이 너무나 궁금하다는 이유로 기꺼이 그 입장료를 지불했다. 정말 일부만을 공개하는데, 왕궁의 모습이 궁금한 사람은 가볼만한 것 같다. 굳이 그렇지않다면, 그냥 기념품샵에서 그레이스켈리가 그려진 기념품을 구경해도 충분할듯.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없어서, 왕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앤틱 가구가 너무 궁금한 엄마에게 나는 나의 짧은 영어 리스닝 실력을 총 동원해 동시통역을 해줬다. 가이드가 100을 떠들면 나는 한 20 정도만을 전달하는 그런 효율 떨어지는 동시통역....ㅎ 엄마 미안해.. 근데 별 내용 없다. 그냥 이 방은 왕 몇 세가 유명한 가구디자이너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꾸몄고, 이 응접실은 18세기에 스페인 왕족 누가 왔다가서 꾸민건데 저 샹들리에를 한번 봐라 겁나 멋지지 않느냐, 뭐 이런 자뻑이 가득한 설명이다. 왕궁 사진은 못 찍게 한다.


왕궁을 나와서 우리는 근처 경치를 구경했다. 엄마는 소중하니까 사과 스티커로 가려준다. 티스토리 직원이 이 글을 볼 리 없지만, 만약 본다면 더 다양한 스티커를 개발해주길 바란다.




저렇게 많은 요트가 있는데, 내 요트는 한 대도 없다니. 



콜택시를 부르는 전화기인가 보다. 저 우편함도 정말 귀엽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모나코 기념품을 뭔가 사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우리는 왕궁 앞 기념품점에서 고르다 고르다 정말 살 게 없어서 겨우 종 하나를 고르고 나왔다. 



저 꼬마기차를 타면 우리가 힘겹게 올라온 그 길을 쉽게 내려갈 수 있다.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그래도 다리가 아파서 타려고했는데, 우리에겐 현금이 없었고, 우리 눈엔 아무리 찾아봐도 ATM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랑 여행을 다녀도 본투비 뚜벅이 여행자는 그냥 걸어야 하나보다. 다시 걸어서 부자들의 요트를 바라보며 나의 가벼운 주머니를 애써 무시해야했다.....




하지만 경치는 요트 부자에게도, 현금 거지에게도 모두 똑같이 아름답다. 뜻밖의 평등이다 ㅎㅎ



모나코 최대의 카지노인 몬테 카를로(Monte Carlo)를 구경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 뒤에는 경찰서가 있다. 모나코의 치안은 유럽에서도 가장 좋다고 한다. 국민 1인당 경찰 배치인력이 가장 많아서다. 요트 부자들을 지키기 위해서인가보다.



버스는 우리를 어찌어찌 몬테카를로 입구에 내려줬다. 가는 길엔 이런 돔 형의 상점이 줄지어있는데, 죄다 명품이다. 돈을 땄으니 쓰고 가라, 뭐 그런 거겠지? 



네이버가 그러는데 몬테카를로 카지노는 1861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조선사람들이 무능한 정권 밑에서 외세의 침략을 본격적으로 받으며 안팎으로 팍팍한 삶을 살고 있을때, 유럽인들은 돈놀이를 즐겼다니 좀 재수가 없긴 하다. 어쨌든 카지노는 꽤 멋진데, 역시 실내는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어있다. 사실 카지노 내부로는 안 들어갔다. 꼬마 기차를 탈 현금도 없는데 블랙잭을 하고 슬롯머신을 돌릴 돈이 있을 리가 ㅎㅎㅎㅎㅎㅎㅠㅠㅠ


대신 이렇게 외관을 꼼꼼하게 구경하면 된다.



그러다 전당포도 발견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수박 겉핥기로 모나코를 둘러보고, 우리는 다시 니스로 돌아갔다. 모나코 안녕. 다음에 올 때는 더 화창한 날씨를 보여주길 바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