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30일. 여행 여덟번째날(1)
이 날은 아침 일찍 아비뇽에서 아를로 당일치기를 다녀온 날이다. 숙소를 빠져나오니 날씨가 심상찮게 맑다.
아비뇽 기차역으로 가는 길. 우리 숙소는 아비뇽 성곽 안에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성곽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성곽을 따라 쭉 걸으면 기차역이 나온다. 날씨가 정말 맑고 깨끗해서 기분도 청량했다. 이날 니스에서 충동구매한 스카프도 처음 개시했는데,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았다. 기승전 물욕....
길을 건너가면 아비뇽 중앙역이 나온다. 아비뇽에서 아를가는 기차표를 사서 기차를 기다렸다. 아비뇽에서 아를로 가는 기차는 굉장히 자주 있다. 한시간에 1~2대 꼴로 있었다.
아비뇽에서 아를은 그렇게 멀지 않다. 1시간도 채 안 걸렸던 기억이........ 아니 다녀온지 이제 3달지났을 뿐인데 뭐이리 기억나는게 없담. 기차는 굉장히 조용했고, 우리도 덩달아 숨죽이고 그냥 창 밖만 구경했다.
아를 도착~ 아비뇽 역도 작은데, 아비뇽보다도 더 아담한 역이다.
사실 아를 역을 딱 나서면 약간 황당한데.... 그도그럴것이 그냥 이런 분수?가 쌩뚱맞게 등장하고 딱히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기 때문. 이럴 땐 그냥 사람들을 따라 가면 된다. 알고보니 기차역에서 나온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쭉 직진하면 된다.
그러면 이렇게 다소 당황스럽게 생긴 다 무너져가는 오래된 성벽이 나온다. 저 안으로 쏙 들어가면 아를 구시가지(?)가 나온다.
저 벽에 그려진 성화조차 범상치않은 아를. 날씨가 좋아서 저런것조차 감명깊었던 걸 보니, 신남이 매우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집들이 다 오래되었는데, 그게 지저분하게 느껴지기보단 빈티지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이런 허세 표현이란 ㅎ...
골목골목엔 관광객을 유혹하는 기념품점이 정말 많다. 엄마도 나도 눈이 훽훽 돌아가기 시작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딱히 없지만, 일단 가장 먼저 나오는 유명한 곳(?)이 목적지였다. 그래서 계속 골목을 걸었다.
저 덧문들의 색감이 너무 예쁘다. 화가들이 많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진짜 오래된 것들일텐데, 다들 색감이 남다르다.
아를의 기념품점에선 저런 나염천을 많이 판다. 나염천은 포푸리, 향수, 비누ㅎㅎㅎㅎㅎ 등과 더불어 프로방스 지방의 대표적인, 쓸데없지만 예쁜 기념품이다. 저건 식탁보인데, 우리 집엔 정말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참 예쁘다.
가는 길에 또 이런 골동품점을 발견.
아직 아를의 대표 유적지는 하나도 안 봤는데, 벌써부터 아를이 좋아졌다. 아를 만세!
골목을 걷다보면 금방 이렇게 원형경기장을 만나게 된다. 아를을 포함해 프로방스 지방의 많은 도시들은 로마 시대에 식민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로마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원형경기장 안에는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대신 그 앞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노래는 한참을 들었다. 노래를 정말 잘했던 건 물론이고, 구성진 멜로디와 호소력이 빵빵한 목소리가 약간 남미스러운 느낌이 많이 나서 좋았다. 아를과도 어울렸다. 팁을 드리고 다시 기념품점을 가열차게 돌아다니기로 했다.
바로 이렇게 옆에 기념품점들이 있어서.... 안 들어가 볼 수가 없었어요.
골목좀 보세요. 장난아니게 내 스타일임. ㅠㅠ
이 골목도 취향저격.....
이 카페도 취향저격....... 나 그냥 여기 종업원으로 취직해서 살고싶다 진심. 주문받고 계산하고 진상손님에게 꺼지라고 할 정도의 불어는 저도 할 줄 아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내 취향 제대로 저격한 골목길을 홀린듯이 돌아다니다보면,
이런 광장이 나온다. 우와~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노란색 천막 카페.....혹시!!!!
고흐가 그린 그 카페같은데..?!?!? 두근두근 맞나요????
스스로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나는 굳이 그 카페 종업원에게 가서 여기가 고흐가 그린 카페가 맞냐고 구질구질하게 물어봐야 했다. 다행히 이 카페가 맞구나~ 종업원은 안도와 감격을 동시에 하고 있는 나한테 뭐 먹을거냐고 물어봤다.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인터넷 어딘가에서 여기서 뭘 먹지말라고 바가지라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냥 미안(ㅎㅎ) 하고 나왔다.
우리의 목적은 사진찍는거야. 그러고보니 저기 그림이 아예 있구나. 밤의 카페 테라스 <- 이게 제목이었다. 네이버 고맙습니다. 나는 '밤의 카페'가 끝인 줄 알았다.
근데 식당이 많은 곳에 있다보니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우리도 저 광장 한 가운데서 밥을 먹기로 했다. 사실 비둘기가 올까봐 비둘기포비아인 나는 몹시 두려웠고, 실제로 비둘기가 몇번 우리 테이블 근처로 오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비둘기를 피해 잠시 멀리 가있거나 하면 또 비둘기도 우리 자리에서 멀어지곤했다. 그 정도면 뭐 괜찮아.
이 광장에서 밥 먹는 분위기는 진짜 짱짱이다.
우리는 요 식당에서 먹었다. 저 식당 안에서 먹은 건 아니고, 광장에서 저 식당에 속한 구역의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아간다.
우리는 버섯피자와 홍합요리(Moule frites 화이트와인에 찐 홍합이랑 감자튀김이 같이 나옴)를 시켰다. 진짜 여행 중 먹었던 모든 식사 중 제일 맛있었다. ㅠㅠ 분위기도 좋고 ㅠㅠ 음식도 맛있고 ㅠㅠ 날씨는 더 좋아지고 ㅠㅠ 정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