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4일. 여행 열두번째날(2)
엘리베이터에서 탈출한 우리는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본격 루체른 구경에 나섰다. 사실 여기도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호텔에는 전기포트는 없고 커피메이커만 있었다ㅎ...ㅎ.. 쓸데없이 고급스러운 기기가 있는 바람에 뜨거운 물만 필요한 컵라면이 먹고싶은 한국인은 몹시 당황하였고... 나는 옆 광장에 있는 호텔 카운터로 찾아가 뜨거운 물을 좀 구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는데..
나: 뜨거운 물 좀 줄수있을까? 차를 마시고 싶어서 그래
직원: 너네 방에 커피메이커 있지? 거기에 차 캡슐도 있쪙
나: (당황) 아 그게 아니라... 우리가 마시려는 차는.... 우리 나라에서 가져온 특별한 차인데.... (신비한 문화를 지닌 아시아인 코스프레....) 주절주절.... 너네는 그런 캡슐없지? (뜬금없는 차 자랑) 이게 되게 특별한 차인데 우린 이걸 안 먹으면 큰일나 (모국어에 이어 영어로도 개소리를 할 수 있는 내 능력에 새삼 감탄한 순간)
그제서야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담아준 직원. 나를 몹시 이상하게 생각했겠지만 물을 얻었으니 됐다. 철판을 깔고 다시 광장을 가로질러 물을 무사히 가져오다가, 호텔 엘리베이터 문을 열기 직전 카드키를 찍다가 물을 엎어버렸다. 할수없이 화장실에 가서 휴지를 대량 낭비하며 물 흘린 걸 수습한 뒤에, 호텔 1층에 있는 식당에 가서 우리 저 위층 투숙객인데 이 주전자에 뜨거운 물 좀 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진상을 부림 ㅠㅠ....ㅠ...ㅠ.. 어글리 코리안의 끝판왕을 찍긴 했지만, 어쨌거나 컵라면을 먹고 우리는 루체른 시내로 나섰다.
루체른 구시가지에 있는 건물에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다 멋지당.
평화로운 루체른 구시가지.
걷다보니 예쁜 철제 다리가 나온다.
카펠교를 등지고 기념사진을 찍어봤다. 꼽사리로 등장한 우리 엄마 손놀림의 흔적.
생각보다 호수의 물살이 빨라서 놀랐다.
그런데도 백조들은 유유히 떠다닌다.
나는 새를 무지 싫어하고 무서워하는데, 특히 백조가 저렇게 고개를 물 속에 넣고 푸드덕거리는 모습이 몹시 아주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조의 목은 굉장히 징그럽다.
그러다가 루체른 예수교회에 들어가봤다.
교회가 웅장하고 예쁘니 엄마는 나보고 사진을 찍어보라고 했다.
예수교회를 간단히 둘러보고 나오니, 다시 호수가 펼쳐진다.
카펠교로 쏙 들어가봤다. 사진 센스가 0에 수렴하는 나로선, 저런 쌍팔년도 포즈밖엔 잡을 줄 모른다.
그러니 그냥 호수 사진이나 영혼없이 찍어야 한다.
카펠교 위에는 어떤 이야기(어떤이야기인지는 까먹음. 네이버에 검색해보세요...죄송...)를 판화로 그려두었다. 저걸 하나하나 보고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는데, 뭔 내용인지 모르니 난 그냥 사진만 찍었다. 역시 유홍준 선생님의 말이 옳다. 어디든 아는 만큼 보이는거다. ^_ㅠ
카펠교를 빠져나오니, 백조와 중국인 관광객이 가득한 광장이 나온다.
구름에 가려진 알프스 봉우리가 멋져부령.
버스를 타고 빈사의 사자상으로 와봤다. 꽃할배에서 순재할배였는지 신구할배였는지가 이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큰 감흥을 받은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나오니, 하늘이 더 파래졌다. 날이 더 개고 있구나! 신난다.
피어발트 슈테터 호수 너머로 보이는 알프스 산맥들이 역시 또 멋지당.
이 버스를 탄 것도 아니면서, 이런 사진은 왜 찍었나 모르겠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찍어댄 흔적이 곳곳에 낭낭하다.
그와중에 다리가 아파서 잠시 쉬고 있는 엄마.
조금 쉬고 나서, 다시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프레스코화가 멋지다.
아기자기한 루체른의 구시가지.
그린델발트에서도 그렇고, 이곳 사람들은 꽃으로 자기 집을 꾸미는 걸 너무 좋아한다. 정원을 꾸미는 게 이 사람들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화분도 파는데, 쨍한 색감의 화분이 오종종 모여있는게 정말 귀엽다.
평화로운 루체른 구시가지의 모습.
관광객인지, 루체른 동네 사람들인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유러피안 느낌 가득한 분들이 호수 옆에 앉아 티타임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참 맘에 든다.
호수색이 참 예쁘다.
지나가다 본 아이스크림 가게는 더 예뻐.
이제 다시 우리 숙소가 있는 구시가지로 돌아가야겠다.
아까 건넌 그 철제 다리를 다시 건넜다.
무슨 유명한 교회같은데, 솔직히 난 교회 성당 관광 별로 관심이 없어서 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후후.
대신 이런 예쁘게 생긴 인테리어 소품 가게는 좋다.
티타올 감촉이 너무 부드러워서 선물용으로 한꾸러미 샀다.
숙소에 가서 쉬다가, 야경이 궁금해서 엄마한테 나가자고 했더니 피곤하다해서 혼자 나갔다. 불이 켜진 구시가지의 모습이 낮과는 또다른 색다른 느낌이다.
이번 여행에서 본 가장 황당한 장면. 호수에서 노닥거리던 청둥오리가 구시가지까지 진출해있다. 너희의 나와바리는 생각보다 넓구나.
걔네들이 나한테 올까봐 무서워서 얼른 호수로 갔다.
역시 유럽은 어느 도시든 밤에 봐야 예쁘다. 호수 물가에 비친 조명이 동화같지만,
파워 수전증이 또 발동됨.
그래도 멋지다. 동화속 마을같은 그림이다.
흔들흔들 수전증과 싸워가며 카펠교를 찍어봤다. 짧은 저녁 산책을 마치고, 나도 숙소로 들어가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