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일. 여행 다섯번째 날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아침에 일어나서 서로에게 "뭐 먹을까?"를 물어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날도 사촌이와 나는 뭐 먹을까 생각하다가 매그놀리아에 가기로 했다. SATC에서 주인공들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컵케익을 파는 곳이다. 사실 판교 현백이 오픈하면서 거기 지하에도 입점하는 바람에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어서 더이상 레어템은 아니지만...그래도 본토의 맛은 좀 다르겠지?
한인민박으로 숙소를 옮겼는데 딴건 몰라도 위치는 진짜 좋았다. 맨하탄 미드타운 한복판이라 타임스퀘어며 락펠러센터며 전부 숙소에서 걸어서 10분거리였다.
이 건물 뭔데 미국, 캐나다, 일본 국기가 나란히 있는거지? 저기에 왜 일본이 있는건지 궁금하다.
금방 찾아간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록펠러 빌딩 바로 옆에 있다. 지점은 여기 말고도 뉴욕 여러 군데에 있는데 우리 숙소에선 여기가 제일 가까웠다.
매그놀리아 입장! 아침부터 사람이 아주 많았다.
컵케이크가 가득 쌓여있는데 맛은 아직 모르겠지만 비주얼은 완전 예쁘다. 색깔이 참 곱구낭.
인테리어도 뭔가 민트 베이스에 여성여성해서, 생긴것 만큼은 여자들한테 일단 점수를 따고 들어갈 것 같다.
아이싱을 만드는 장면도 직접 볼 수 있다.
우리는 매그놀리아에서 남들 다 사먹는다는 바나나푸딩과 레드벨벳 컵케이크, 이름 기억 안나고 색깔이 예뻐서 골라본 민트 아이싱 컵케이크를 사먹었다. 커피도 한잔 시켰는데 나(aka 카페인 중독자)의 손에 들려있었는지 사진엔 안 나왔다. 맛은..........................대실망..........................너무너무너무 달다. 나는 단 걸 그렇게까지 안 좋아해서 그런가 진짜 너무 달았다. 컵케익도 퍽퍽하다. 섹스앤더시티 빨 + 인스타그램 사진빨이다. 남들 다 좋다는 데 속아선 안 된다.
혀가 지나치게 달달해진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간다(응???). 소호에서 살짝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옛날부터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몰려 살았다는 리틀 이태리라는 곳이 나온다. 우리가 갈 곳은 여기에 있는 뉴욕 3대 피자 맛집 중 하나라는 롬바르디스Lombardi's 피자다. 어찌저찌 오래 헤매지 않고 찾았는데 아직 문을 안 연 모양이다. 5분 정도 사람들과 함께 오픈할때까지 밖에서 줄 서있는 동안 롬바르디스 피자 외관을 구경했다. BEST ON THE PLANET 이라고 써놓는 이 자신감! 매그놀리아는 비록 우리를 실망시켰지만 이렇게까지 써놓았으니 이 곳은 우리를 만족시켜주겠지. 신뢰의 마음이 듬뿍듬뿍 솟아오른다.
오픈했다! 어쩌다보니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간 모든 레스토랑을 3일째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고 있다. 우리에게 점심은 너무나 절실한 그 무엇인가보다. 식당에 들어가면 벽에 이렇게 자기들의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것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뉴욕에서 최초로 피자집으로 인가받은 곳이라고 한다.
소문난 맛집답게 오픈한 지 10분도 안 돼서 모든 자리가 만석됐다. 우리는 화장실 옆 복도 이상한 자리에 테이블을 내줘서 좀 불만이었..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단순단순.
토마토소스와 화이트소스 half and half 로 시켰는데, 양이 진심 어마어마하다. 이게 미디움이라니 라지는 도대체 얼마나 큰건지?!?! 양에 놀란 우리는 피자를 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다. 화이트소스는 살짝 느끼하고 피자 도우도 살짝 두꺼운 느낌이었지만 그게 맛을 해치는 요소는 절대 아니었다. 물론 우리는 나중에 브루클린에서 먹은 줄리아나스 피자를 더 맛있게 먹긴 했지만... 여기도 맛있었다. 양이 너무 많아서 토마토, 화이트소스 한 슬라이스씩 남겨서 포장해갔다. 이 남은 피자는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 아침에 우리가 눈뜨자마자 해치워버린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었으니 소호로 나와본다! 그런데 하늘이 너무나 맑다. 소호의 분위기도 맘에 든다. 런던에서도 나는 소호가 좋았는데, 뉴욕 소호도 좋구나. SOHO라는 이름은 나에게 이렇게 곧 신뢰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런 길거리 하나하나 넘나 뉴욕같아서 기분이 들떴다.
우리는 그냥 들어가고 싶은 가게에 하나씩 다 들어가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하늘이 너무나 심상찮게 맑다.
그러다 치폴레를 발견해서 또 먹기로 했다. 아직 점심을 먹은지 한시간정도 밖에 안 지났을 떄였지만...왠지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맛은 그냥저냥 쏘쏘. 미국 유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그리워하는 맛이라는데, 우리는 배가 불렀을 떄 먹어서였는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쓰고보니 우리 스스로가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ㅋ 미국 유학생들이 그렇다는데 쌩토종 한국인들이 평가하고 난리다.
치폴레까지 해치우고 나왔는데 하늘이 여전히 맑다. 이런 날씨에 소호에 있어도 되는 건가? 우리는 장소를 급 옮기기로 했다. 이렇게 맑은 날엔 쇼핑을 하기보다는 다른 걸 해야해.
지하철을 타고 업타운으로 올라간다. 왜냐하면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이런 날엔 센트럴 파크에 가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도시 도시 도시 한 복 판에 이런 공원이 있다니! 여의도 공원은 쨉도 되지 않는다.
하늘은 너무 맑고 공기는 상쾌하고 분위기는 너무나 뉴욕 그 자체고, 우리는 입구에서부터 흥분하기 시작했다.
센트럴파크 멋짐 터진다 ㅠㅠ 이래서 사람들이 센트럴파크 센트럴파크 했구나 싶다.
조깅하는 뉴요커들 멋져요. 내 눈에는 이날 사대주의렌즈가 끼워져있었다...
나무에서 놀고있는 청설모 멋져요.... 사대주의 렌즈2
저렇게 인간이 올라타도 될 정도로 큰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뉴요커 멋져요. 사대주의 렌즈3
근데 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왜 저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정말 너무 크다. 나는 저 위에 올라타서 다녀도 될 것만 같다.
개가 크거나 말거나 도시와 공원이 어우러진 이런 느낌 너무나 멋지다. 뉴요커들이 매우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공원 곳곳엔 이런 연못도 있다. 센트럴파크에는 별게 다 있다. 무슨 미니사이즈 궁전도 있고 아치형 다리도 있고 동물원도 있고.... 그 중에서도 사실 나는 존 레논을 기리는 strawberry fields 를 가보고 싶었는데 내가 생각없이 다닌 루트는 그 곳을 비껴났나보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존 레논을 다룬 책을 읽고서 비틀즈의 노래에 한때 빠져 지냈고, 존 레논이라는 사람한테도 큰 감명을 받았다. 대학교 수시면접때 존경하는 사람으로 존레논을 얘기했던 사람이 바로 나다. 지금은 뭐 존경까지야 싶다가도, 어쨌거나 감수성 풍부한 10대 그 시절 나에게 존 레논은 너무나 엄청난 인물이었다.
가이드북의 설명이 맞다면 저 건물이 아마 존레논이 총맞아 죽은 다코타 아파트일지도......그런데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이 없다. 흑흑
아니면 뭐 어때. 눈에 보이는 풍경이 멋지기만 하다.
재클린 케네디의 이름을 딴 저수지에 도착했다. 눈 앞에 펼쳐진 뉴욕이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옆을 봐도 멋져.
그래서 또 파노라마 사진에 도전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나의 초점 못맞추는 파노라마 사진.
더 있고 싶었지만 날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우리의 비루한 몸뚱아리도 추워져서 센트럴파크 산책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센트럴파크는 감동 그 자체였다. 뉴욕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소 중 하나다.
우리는 아침 매그놀리아 컵케익, 점심 화이트피자, 간식(?) 치폴레의 여파로 속이 몹시 느글거렸다. 메이시스 백화점 근처에 한인타운이 있다는 얘길 주워들은 기억이 나서 저녁으로는 숙소에서 떡볶이를 해먹기로 결정했다.
내리자마자 내 눈에 띄는 NYPD 경찰차. 미드짱팬의 가슴이 또 뛰기 시작한다.
아직도 궁금한데, 어떻게 이렇게 맨하탄 한복판에 한인타운이 꽤나 규모있게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에 있는 모든 프랜차이즈가 다 이 곳에 있다.
뉴욕에서 이런 간판들을 볼 줄이야. 내가 지금까지 유럽에서 본 가장 큰 한인타운은 런던에 있는 거였는데, 솔직히 뉴욕이랑은 비교가 안 된다. 퀸즈에는 더 큰 한인타운이 있다고하는데 거긴 그냥 한국인가보다. 뉴욕이 이 정도니, LA의 한인타운은 얼마나 클지 궁금하다.
한마음마트?에서 떡볶이 재료를 사서 숙소로 돌아가려고 걷다보니 K타운이 끝난 줄 알았....는데 우리 눈앞에 보이는 교촌. 뉴욕에서 교촌이라니 이 쌩뚱맞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집에 오자마자 우리는 떡볶이에다 라면사리와 삶은계란을 넣어서 너무나 맛있고 푸짐하게 저녁을 해먹었다. 사촌이는 우리가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굳이 뉴욕까지와서 떡볶이를 해먹고 감격하는 뼛속까지 완벽한 한국인인 우리......... 잠시 누워서 쉬면서 나는 소호에서 사온 것들을 꺼내서 감상했다. 참고로 세포라에 인터넷으로 회원가입한 다음에 생일을 방문하는 달로 맞춰놓고, 계산할 때 직원한테 나 이번달 생일이라고 얘기하면 생일 선물을 준다. 나도 그렇게 생일을 1월로 맞춰놓고 생일 선물을 받아왔다..... OH! Happy Birthday!!!! 하고 미쿡스럽게 호들갑떨면서 perky한 생일축하를 점원이 해줄텐데, 그러면 같이 그냥 뻔뻔하게 고맙다고 호들갑떨면서 선물받아오면 됩니다. 참 좋은 정보 아닌가요. 내가 받아온 선물은 마크제이콥스 미니 아이라이너와 미니립스틱. 화장품은 그냥 패키지부터 바라만봐도 뿌듯하다.
심각하게 만족스러웠던 저녁을 먹고 재충전된 우리는 다시 타임스퀘어로 나왔다. 전날 타임스퀘어에서 받은 도시도시한 느낌을 한번 또 느껴보고 싶었고, 전날 못 간 샵들도 마저 들어가보고 싶었다.
이번엔 아예 타임스퀘어 광장에 설치된 무대의자(??)같은 곳에 올라가봤다. 사람들이 이미 바글바글하다.
올라가서 보니 인파가 더 대단하다. 이곳은 365일 매일매일 이 수준으로 붐비나보다.
관광객 무리와 셀카를 >_<~
도시도시한 느낌에 감명받은 나는 또다시 파노라마를 찍었다.
아무리봐도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사람이 너무 많아!
이렇게 전광판이 밝고 화려하고 크고 많다니!!! 이틀째 온 타임스퀘어지만 여전히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이렇게 기꺼이 촌년되는 것 같은 느낌, 굉장히 좋았다.
우리는 디즈니스토어에 들어갔다. 아가들을 겨냥한 상품이 너무 많다. 귀여워 ㅠㅠㅠ
저걸 직접 사서 입고 신을 수 있다니 이 아가가 넘나 부러운것....
인형도 이렇게 많을 수가 없다.
전세계 모든 여자어린이들을 지배하는 엘사 코스튬도 판다.
전미가 스타워즈에 홀려있을 때라 스타워즈 상품도 빼놓지 않고 판다.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
내가 좋아하는 니모들도 가득하다 꺄
여기도 인간들이 득시글거리긴 마찬가지다. 사람 구경 하고 싶으면 여기로 오세요.
귀여운 올라프. 저 인형을 살까 순간 좀 망설였다. 나는 겨울왕국보다 라푼젤이 더 좋은 사람이지만, 겨울왕국에서 올라프가 'someone is worth melting for' 라고 말했던 장면은 잊을 수 없다. 감동덩어리 올라프 같으니ㅠㅠ
그래서 올라프와 사진을 한 번 찍어봤다.
그리고 내 사랑 니모하고도. 이렇게 뉴욕에서의 다섯번째날이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지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