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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美참전군인이 백발의 '화상소녀'에게 건넨 말은…(2013-04-01)

82세 美참전군인이 백발의 '화상소녀'에게 건넨 말은…

 

2013-04-01 21:53 | CBS 박초롱 기자

 

 

 

"김씨는 항상 제 마음 속에 있었고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어요"

6.25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인 리처드 캐드월러더(82)씨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된 한국인 소녀를 만난다는 벅찬 반가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캐드월더러 씨는 한국전쟁 당시 심한 화상을 입은채 부대를 찾았던 이른바 '화상소녀' 김연순(72)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생명의 은인'이었다.

60년만에 만난 어색함은 잠시, 서울의 한 호텔에 마련된 자리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김씨는 "반갑지요. 제가 먼저 찾아야 했는데 캐드월더러 씨가 저를 이렇게 기억해주고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떨려서 말도 안나오네요. 감사하다고 말도 못해봤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더이상의 말을 잇지 못했다.

1953∼1954년 경기도 화성의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하던 캐드월러더씨는 당시 심한 화상을 입은 채 어머니와 함께 부대를 찾은 12살의 김씨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심한 화상을 입은 김씨를 위해 부산의 대형병원으로 헬기를 태워 보낸 것이 캐드월더러 씨였다.

두사람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54년 봄. 캐드월더러 씨는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군용 트럭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김씨가 창문을 두드렸다"면서 "김씨는 내 시선을 끌기 위해 상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당시 소녀의 강인함을 기억했던 캐드월더러 씨는 최근 국가보훈처에 "화상소녀를 만나고 싶다"는 사연을 담은 영상편지를 보냈다.

캐드월더러 씨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이 소녀가 진정한 인내와 용기 보여준 좋은 예라고 가르쳐 왔다"며 흐뭇한 눈길로 김씨를 바라봤다.

김씨는 캐드월러더씨 부부에게 고운 빛깔의 한복을 선물했다. 캐드월더러 씨는 김씨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이들은 캐드월러더씨가 4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화성의 미군 부대 장소와 판문점, 전쟁기념관, 인사동을 함께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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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나 혼자 덜렁 행사장으로 보내 기사까지 써보라고 했는데 지시를 잘못 알아듣고 리포트 기사를 쓰는 바람에 혼났던 기사. 행사장엔 외신 기자도 상당히 많았는데,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자 기자들을 보자 마와리에 찌든 나와 대비되면서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