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부담만 큰 '인적성시험'…과연 필요한가
2013-03-31 07:00 | CBS 박초롱 기자, 수습 전솜이
대기업 채용과정에서 실시하는 인적성 시험 전형이 또다른 '스펙 쌓기'로 변질돼 구직자들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
취업준비생 송영희(23, 가명)씨의 책장에는 10권이 넘는 대기업 인적성 시험 대비용 문제집이 꽂혀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각 기업별 전형을 진행할때마다 사 모은 것들이다.
기업별로 시험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서점의 문제집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지난해 한 기업의 채용시험을 준비하면서는 과목당 12만원짜리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했다. 시험 당일을 대비하기 위한 인터넷 모의고사도 1회에 3만~6만원가량 든다.
송씨는 "책값에 인터넷 강의 비용까지 합치면 20~30만원이 훌쩍 넘게 들었다"면서 "이 시험이 공부한다고 해서 점수가 오르는 것인지도 의심스럽고 업무적성을 평가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심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아이큐 테스트나 기초학력을 시험하는 형식인 기업 인적성 평가는 구직자의 기본소양을 평가하고 기업 인재상에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기업 관계자들은 "구직자의 인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문제가 구성돼 있어 준비를 한다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평가기준 등의 정보는 구직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송씨와 같은 구직자들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주머니를 털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험'에만 익숙한 인재 대신 다양한 선발방식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뽑는다는 대기업의 채용 취지 역시 흐려지고 있다.
한 취업준비생은 "정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정답을 찾아야 하는 시험"이라면서 "해당 기업의 원하는 인재상에 '빙의'되어서 시험을 치르라는 합격자들의 후기를 많이 들었고, 인사담당자들도 실제로 그런 팁을 주기도 했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예를 들어 노조가 없는 기업의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평소 생각과는 다르더라도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심 중이다. 한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같은 부분을 평가하는 문항을 여러 개 곳곳에 배치해놓고 거짓말로 응답하는 구직자를 가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안태호 노동상담팀장은 "인적성 검사 자체가 청년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시험이라면 점수나 적합도에 대한 내용이 나와야 하는데 정보가 제공되지 않다보니 결국 과도한 경쟁으로 치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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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이 달린 첫 아이템 기사. 친구들의 도움, 특히 송 모 양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완성되지 못했을 기사다. 아이템 제공부터 직접 사례가 되어주기까지 송 양에게 무한 감사를. 꽃 시장 때와 달리 기사에 담긴 내용도 모두 내가 취재했다. 사실 악플도 굉장히 많이 달린 기사다. 인적성 시험 없으면 학벌 토익을 더 보라는 거냐며 말이다. 내가 가졌던 문제 의식이 기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나 아쉽고 악플들이 순간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네티즌의 관심을 받은 것 같아 짜릿했었기도.....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