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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수입꽃 때문에…화훼 농가 "춘래불사춘"(2013-03-17)

"밀려드는 수입꽃 때문에…화훼 농가 "춘래불사춘"

 

2013-03-17 07:00 | CBS 박초롱 기자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경부선터미널 꽃 도매시장.

화려한 장미부터 청초한 수국, 향기로운 프리지아까지 코앞으로 다가운 봄기운을 미리 전하기라도 하듯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했다.

봄이 되면서 꽃 도매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곳에 꽃을 공급하는 국내 화훼 농장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꽃이 많이 팔리는 졸업식이나 어버이날 즈음이면 어김없이 해외에서 값싼 수입꽃이 들어와 가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한국절화협회 이만백 협회장은 "꽃이 수입되지 않을때는 가격이 갑자기 폭등했다가 갑자기 수입되면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수입되지 않으면 한단에 1만원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수입만 되면 3~5천원까지 떨어진다"고 말했다.

화훼농사를 30년 이상 지어 왔다는 황일규 씨 역시 "6~7년전부터 수입꽃이 조금씩 들어왔는데 최근 2~3년동안 (수입꽃)물량이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화훼농가들은 겨울이면 비닐 하우스에서 꽃을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난방비가 더 들 수 밖에 없고 인건비도 비싸 도매가도 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 등 따뜻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꽃들은 이런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단가가 크게 내려가는 것이다.

월등한 가격 경쟁력 때문에 도매상들도 수입꽃을 취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부선터미널 꽃시장의 한 상인은 "전체적 물량이 국화의 경우 국산이 수입산을 받쳐주질 못한다. 수입산이 국내산보다 단가도 싸고 물건이 더 좋다"고 말했다.

남대문 꽃시장의 한 상인도 "결혼식에 많이 쓰는 수국을 팔려고 해도 지금은 국내 농장에서 사기가 어렵고 살 수 있다고 해도 비싸다"면서 "콜롬비아에서 수입한 수국을 들여온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수출총액이 수입총액보다 높지만, 잘 시들지 않아 저장성이 좋은 국화나 구근류의 수입은 지난 3년동안 꾸준히 늘었다.

우리 꽃 수출은 2010년 1억불이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8천만불에 그쳤다. 반면 국화나 선인장, 기타절화 등 일부 품목에서 수입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화훼농가들은 앞으로가 더 큰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농장주는 "FTA로 인해 중국 등 다른 국가와의 무역장벽이 낮아지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품목이나 시기별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시설을 현대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 기운이 피어오르면서 활기를 찾은 꽃 도매시장.

지금부터 오는 5월까지는 결혼시즌과 가정의 달 덕분에 화훼농가에게는 '대목'인 시점이지만, 밀려드는 수입꽃과 경쟁해야 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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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내가 발제한 아이템으로 나간 기사. 바이라인은 달리지 않았지만 내가 직접 취재한 부분도 많고, 사진도 내가 직접 찍고, 엄청나게 부담을 가지고 취재를 한 만큼 나름대로 공을 많이 들였다. 경부선터미널과 호남선터미널 꽃 시장 취재를 할 땐 꽃을 보면서 힐링의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이 기사를 검색했더니 두 명이 '유익해요' 라는 평가를 준 걸 나중에 봤다. 엄청난 비리를 밝혀내거나 날카롭게 사회적 현상을 관찰해낸 기사야 아니겠지만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