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서 고3 또 '투신'…성적 비관한 듯
지난 달에는 자사고 전교 1등이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며 목숨 끊어
2013-04-01 15:03 | CBS 박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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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7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고등학교 3학년 김모(17)군이 투신해 숨졌다.
이 아파트 경비원 A씨는 "경비실 건물 위로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 밖에 나가보니 김군이 떨어져 있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결과 김군은 등교길에 자신의 집 근처 아파트 14층으로 올라가 복도 창문으로 투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군은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렀던 김군이 성적비관을 이유로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평소 자신의 성적이 하위권에 머무르며 잘 오르지 않는데 대해 고민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경북지역 자율형 사립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권 모(16)군이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옥상 20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권 군은 1학년 때 반장, 2학년 때는 부반장을 맡았다. 입학 당시엔 450여명 중 150등 수준이었던 성적이 많이 올라 최근 모의고사에서는 2학년 인문계열에서 전교 1등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군은 하지만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어 주위을 안타깝게 했다.
'학생 자살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지 오래지만 정부와 교육당국은 아직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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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아침에 갑자기 대치동 모 아파트로 급히 가보라고 하시면서 '오늘 아침에 고등학생 한 명이 여기서 떨어졌다. 누군지, 왜 떨어졌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운 좋게 최초 신고자인 경비를 만나 그 학생이 어느 학교 누군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름이 비슷한 학교가 동네에 두 곳 있어서 허탕칠 뻔 했지만 다행히 학교도 맞게 찾아가 친구들을 만나 얘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김 군이 떨어진 아파트 14층에 올라가 밑을 내려다 봤는데 바람도 차고 땅도 아득히 멀어 아찔했다. 김 군이 다니던 학교 학생들은 여느때처럼 떠들석하게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기 바빴다. 김 군은 뭐가 그렇게 힘들고 견딜 수 없어서 그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올라가 가족을, 친구를 등진걸까. 하루 종일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