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8일, 여행 아홉번째 날.
(세비야 여행기를 올린지 5개월? 만이다. 여행을 다녀온지는 무려 2년 만=_= 여러분.. 이렇게 게으른 자도 블로그를 할 수 있어요)
세비야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야간버스는 큰 함정이 있었다. 예상 도착 시간은 아침 7시였는데 무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우리는 새벽 5시에 컴컴한 터미널에 떨궈졌다.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분 일찍 도착도 아니고 2시간 일찍 도착이라니.
지하철은 2시간 후에나 첫차가 다닌다고 했다. 갑자기 2시간을 노숙하게 생긴 우린 몹시 당황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새벽 5시에 내려줄 수 있냐고 하더니 알아서 뿔뿔히 흩어졌다. 택시를 타고 갔나보다. 하지만 우리는 택시를 타기가 아까워서 그냥 지하철 역에서 노숙을 택했다. 은근 우리같은 사람들이 꽤 있어서 위안이 되기......는 개뿔. 그토록 기다렸던 포르투갈에서 처음 마주한 곳이 춥고 차가운 문닫힌 지하철 종점일 줄이야. 우리는 우리가 가져간 얇디 얇은 겉옷을 두르고 벤치같은데 누워서 잤다. 그 와중에....우린 정말 잤다. 우린 짱이야.
2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호스텔에 도착했다. 호스텔 이름은 goodmorning hostel 이다. 여기 대박 강추다. 정말 강추다. 리스본의 좋은 추억의 90%는 이 호스텔 덕분이다. 여러분 리스본 가면 여기로 가세요. 두번 가세요.
우리는 대강 아침 8시도 안 된 시간에 호스텔에 도착했고, 체크인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짐만 두고 다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친절한 호스텔 스탭들은 우리한테 아침도 주고ㅠㅠ 미리 침대에서 쉴 수도 있게 해주고 ㅠㅠ 세탁도 하게 해주고 ㅠㅠ 아침엔 빵 뿐만 아니라 와플까지 있었다. 이곳은 정말 은혜로운 호스텔입니다.
호스텔에서 나서서 우리는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에 올라가면 리스본 시내가 잘 보인다. 날씨가 매우 좋았다. 피곤에 쩔었던 우리가 금세 상쾌해졌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빨간 지붕 너머로 대서양이 보인다.
대서양이 안 보이는 쪽도 멋있다. 사실 이 쪽이 더 좋다.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와 이제는 벨렘 탑으로 가는 트램을 찾아가는 길. 리스본의 길거리는 여타 유럽보다 조금 낡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다. 서유럽이나 동유럽이 약간 클래식한 느낌이라면 리스본은 굳이 따지면 빈티지한 느낌. 표현력이 딸리니 나도 모르게 자꾸 보그에서나 쓸법한 허세 형용사가 쏟아진다.
저 노란색 트램을 타고 벨렘 탑이 있는 곳까지 간다. 한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사실 졸면서 갔다. 대체 언제쯤 도착하나 싶을 때 도착하면 벨렘 탑이 등장한다.
바로 여기다. 벨렘탑(Torre de Berlem) 옆에는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기념으로 세워진 기념비가 있다.
기념비는 별 감흥이 없었고, 탑 위에 올라가서 보면 좀 재밌다.
이런 동굴같은 느낌 정말 좋다.
벨렘탑엔 벨렘탑보다 더 유명한 게 있는데 바로 에그 타르트다. 파스테이스 데 벨렘? 뭐라고 읽는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에그타르트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사람도 많다. 설사 저 어려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은 파란 간판의 빵집을 찾아가면 된다.
유명하다니 먹어봐야지. 맛있지만 그렇게 유명할 정도로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마카오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가 좀 더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내 평가는 별 의미가 없을 거다. 나는 그저 맛있다, 맛없다 정도만 구분하는 막입이기 때문에.
바다가 보이는 쪽에 앉아서 점심으로 타르트를 먹다가 비둘기의 공격에 겁을 먹은 나는 친구를 재촉해 다시 트램을 타고 리스본 시내로 돌아왔다. 역시나 우린 돌아오는 길에 또 잤다. 야간버스.........
나는 리스본 시내의 색감이 좋다. 트램을 갈아타고 리스본에서 유명하다는 전망대 세개를 나란히 방문하기로 했다. 이름은..... 수첩에 적혀있지 않아서 모르겠다. 바이루 알뚜 지구, 포르타스 돌 솔 이런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하진 않다. 검색을 하긴 뭔가 귀찮아서 패스.
트램이 정말 귀엽다. 노란색 트램은 리스본의 핵심이다.
이렇게 생긴 광장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금방 전망대가 나온다. 사람들을 따라가면 되므로 찾아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스페인과 다르게 날씨가 화창하면서도 시원해서 걷기 좋았다.
두근두근. 내가 생각한 리스본의 풍경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는 길엔 이런 그림이 들뜬 마음을 더욱 더.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리스본과 대서양!
빨간 지붕과 하얀 벽, 파란 바다가 정말 이국적이다. 리스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이다.
전망대 세 개를 나란히 방문한 우리는 체력에 딸려 호스텔에 들어가 호스텔 스탭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상그리아를 마시며 푹 쉬었다. goodmorning hostel 만세! 청결 친절 위치 모든게 최고다. 위치는 그냥 역 바로 앞인데다 걸어서 시내까지 가면 5분도 안걸린다. 이 포스팅은 아마 호스텔 예찬을 위한 것인가보다.
★ 이날 쓴 돈
리스본 데일리 교통티켓 5.5/ 호스텔 46.8유로(3박 가격. 인터넷으로 10% 디파짓 낸거 제외)/ 타르트 3.15/ 저녁 장 본것 3.67/ 물 0.25/ 벨렘 탑 입장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