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2015 런던/남프랑스/스위스

[2015 유럽여행 기록 9] 남프랑스 넷째날(1) -니스(Nice)에서 아비뇽(Avignon)으로 가는 기찻길 풍경

2015년 4월 29일. 여행 일곱번째날(1)




원래 나는 여행기를 날짜별, 도시별로 나눠서 쓰는데, 이번엔 굳이 '니스에서 아비뇽으로 가는 길'만으로 따로 포스팅을 작성하려고 한다. 니스에서 아비뇽으로,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기차 안에서 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누군가 남프랑스 여행을 한다면, 니스-아비뇽 구간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꼭 경험했으면 한다.


이 기차는 지중해를 끼고 달리며 니스에서 앙티브(Antibes), 깐느(칸, Cannes) 같은 코트다쥐르의 여러 도시를 지나간다. 코트다쥐르를 지나면 프로방스의 평원으로 들어와 로마 수도교같은 볼거리를 보여주기도하고, 포도밭이나 올리브밭을 두루 거치며 이 지역의 풍요로움을 쉬지않고 보여준다. 정말정말 아름다운 루트다. 


이 날은 남프랑스 여행의 거점 도시를 코트다쥐르의 니스에서 프로방스 지방의 아비뇽으로 옮기는 날. 여행 두달쯤 전에 니스역에서 아비뇽 TGV역으로 가는 TGV 표를 sncf 사이트에서 운좋게 할인 가격으로 구할 수 있었다(2인 50유로, 2등석). 이런 할인 표는 보통 환불이나 교환이 안 되는 표니,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9시 기차를 타기 위해 체크아웃을 하고, 근처의 가리발디(Garibaldi) 트램 정거장으로 갔다.



니스의 트램 정거장은 이렇게 필기체로 역이 표시되어있다. 멋스러우면서도 남프랑스의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괜히 이탈리아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그래서 그런가, 트램 안에서 틀어주는 안내 방송에 나오는 남자 성우의 목소리는 굉장히 느끼하다. ㅎㅎ



그러고보니 니스 트램 사진을 안 찍어뒀다. 난 원래 트램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아쉽다.ㅠㅠ



니스역에서 간단하게 빵으로 아침을 떼우고 아비뇽행 TGV에 올라탔다. 이 열차의 종착역은 무려 프랑스 북부에 있는 도시 릴(Lille)이었다.



기차에 앉자마자 우리는 창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기차는 지중해를 끼고 달린다. 



계속 사진을 찍기 민망하긴 했지만, 난 관광객이니까 괜찮아 ㅎㅎㅎ 날씨까지 좋아 더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기차, 바다를 끼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우리는 카페가 있는 칸으로 옮겨가 커피 한 잔을 시켜서 바다를 보고 홀짝이는 허세를 누려보기도 했다. 



봐도 봐도 지겹지 않은 푸르딩딩한 바다 색깔. 



니스 첫날과 셋째날에 갔던 에즈나 생폴 마을도 저런 언덕 위에 있었다. 그런 마을 중 한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록 우리는 일정상 앙티브와 깐느는 가지 않았지만, 이렇게 기차밖 풍경으로나마 그 도시들을 지나치니 즐거웠다. 



창문을 열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ㅎㅎ



창밖으로 펼쳐지는 남프랑스 해안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다채로워서 질릴 틈이 없다. 




기차 여행도 좋지만, 이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해도 무척 좋을 것 같다. 일단 난 면허부터 따야지(라고 7년째 말하고 있다). 



약간 붉은빛의 암석이 특이하다.



전날 방스에서 봤던 것만 같은 바위산(.....저런 산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어휘력의이 딸린다 에라이-.-)도 지난다. 정말 이 구간에선 기차 어느 방향에 앉든 풍경이 다 좋다. 바다 쪽을 봐도 멋지고, 반대쪽을 봐도 멋지다. 



심지어 나는 기차 안에서도 즐거웠는데, 간혹 가다 우리 옆에 앉은 사람들이 데려온 저 강아지가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아쉽게도(ㅠㅠ) 3시간쯤 걸려서 우리는 아비뇽 TGV역에 도착했다. 기차여행이 매우 만족스러웠던 엄마는, 이 아비뇽 TGV 역마저 마음에 든다고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지은지 얼마 안 되는 게 확 티나는 이 최신식의 역은 사실 좀 신기하게 생기긴했다. 약간 공항같은 느낌이 든다. 


참고로 아비뇽 TGV역과 아비뇽 성트르(centre, 아비뇽 중앙역)역은 별개의 역이다. 아비뇽 TGV 역에서 중앙역으로 가는 간이 기차와 셔틀 나베트가 정기적으로 다니니 그걸 타고 중앙역으로 이동해야 아비뇽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 우리는 아비뇽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기 위해 부랴부랴 움직였다. 


역 곳곳엔 이렇게 키작은 나무가 놓여져있다. 



아비뇽 중앙역으로 가는 플랫폼으로 왔는데, 기차가 떠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도저히 자판기에서 표를 살 시간이 없었다. 기차 안에서 표를 사도 되냐고 막 기차로 올라타는 승무원에게 물어봤더니 우리보고 그냥 일단 타라고 했다. 그러더니 그 승무원아저씨가 원래는 표값을 내야 하지만 너희는 워낙 급하게 탔으니, 그냥 아비뇽에 온 선물로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했다. 우와!!!!!! 쿨하다 못해 추운 아저씨!!!!! 고맙습니다!!!!!! 아비뇽 만세!!!!! 그렇게 우리는 뜻밖의 선물을 타고 아비뇽 시내로 향했다. 



헤헤, 공짜 기차 기분 좋다. 프로방스의 평원이 괜히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다.



1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아비뇽 시내에 도착했다. 일단 짐을 숙소에 두기로 했다. 우리는 레지덩스 데 코르델리에르 residence des Cordeliers (원어로는 헤지덩스 데 꼬흐델리에 에 가까운 발음이니 혹시 가실 분 참고)에 예약을 해뒀다. 여기는 호텔은 아니고, 대학 기숙사를 개조해 레지던스로 운영하는 곳이다. 



아비뇽 기차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ㅠㅠ)로 꽤 걸어야 한다. 골목 사이에 있어서 처음에 찾아가기 약간 어려울 수도 있는데, 사실 그렇게 어려운 위치는 아니다. 


우리가 갔을땐 점심시간이라고 프런트 데스크 문이 닫겨있었다(^^)..... 짐을 맡길 수가 없쟈나...^^...... 그래서 우리는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행히 근처에서 이곳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한 학생을 만나, 그 학생의 도움으로 식당이 모여있는 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짐을 질질 끌고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케이준 치킨 샐러드와 수제 버거를 시켰다. 치킨 샐러드에선 약간 닭고기 비린내가 나서 좀 별로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을 했다. 



저 안내판을 보니 프랑스 교환학생때의 기억이 무럭무럭 솟아난다. 어쨌거나 우리는 짐을 풀고, 본격적인 아비뇽 구경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