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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뉴욕과 약간의 시애틀

[2016 백수탈출기념 뉴욕여행 10] 여덟번째 날(1) - NBC스토어/밖에서만 본 UN본부/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2016년 1월 5일. 여행 여덟번째 날(1)




어느덧 여행이 이틀 남았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뭘 해야 이 남은 이틀을 후회없이 보낼 수 있을까 싶어서 갑자기 근심걱정(...)이 찾아왔다. 사촌이는 아직 쿨쿨 자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NBC 스토어 오픈 시간을 검색하고, 사촌이가 일어나려면 아무래도 한참 있어야 할 것 같으니 그 사이에 내 인생 미드 프렌즈 굿즈를 사오기로 결심했다. 



평생을 게으르게 살았지만 프렌즈 기념품을 사기 위해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찍 나서는 수고로움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아직 다른 가게는 문을 하나도 열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어.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숙소 위치가 너무나 좋은 탓에 NBC 스토어가 있는 락펠러 센터까지 1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사실 락펠러에서 이틀 전 야경을 보기 전 여기를 한번 들렀는데, 너무 급하게 들르는 바람에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프렌즈 기념품을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내가 너무 늦게 가서 문을 다 닫을 때라, 그리고 너무 급하게 가서 없는 걸거야 하면서 들어갔지만 역시나 프렌즈 기념품은 하나도 없었다. 약간 울것같은 마음에 점원한테 프렌즈 기념품은 하나도 없는거냐고 물어봤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기념품을 구비해둔 샵이 하나 또!!있다고, 여기엔 니가 찾는 프렌즈 기념품이 많다고 너무나 즐겁게 대답해줬다. 허무해질 뻔 했는데 금방 마음이 훈훈해졌다. 심지어 이 점원은 나한테 할인쿠폰까지 줬다. 여러분, NBC 스토어에 천사가 일하고 있어요. 



천사의 안내를 받아 찾아온 진짜 기념품샵. 역시나 내가 또 일빠다. 덕후의 부지런함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과연 길가에 있는 샵과는 그 종류가 차원이 다르게 다양하다. 



내가 그토록 찾던 프렌즈 기념품도 있다!!!!! 



그렇지만 금방 다시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생각보다 너무 머그컵이 크고, 티셔츠를 사려고 했더니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솔직히 저거 밖에 입고 다닐 수도 없는데 50불이나 줄 수는 없는거쟈나요.....



뭘 사야 하나 너무나 난감한 고민에 빠진 나는 일단 고민은 나중에 하고(....) 뭘 파는지 하나하나 즐겁게 구경하기로 했다. 프렌즈에 등장한 수많은 명언ㅋ으로 티셔츠를 만들어놨길래 내가 록펠러의 손녀라서 돈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았다면 하나씩 다 가지고 싶었다. 



조이의 하우유두잉~ 음성 지원되고요. 



나는 고민고민끝에 프렌즈를 좋아라하는 내 동지들(=런던에 임시 거주중인 진씨 & 항상 서로의 취향을 보며 우리는 친구일 수밖에 없다고 납득하게 되는 서씨)과 함께 나눌 수 있게 코스터 4개짜리 한세트를 샀다. 기념품을 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이름모를 베이커리에 들러 바나나초코머핀과 과일, 젤로, 커피를 사서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사촌이와 아침으로 나눠먹었다. 이날은 브루클린에 하루종일 있기로 한 날인데, 그래도 떠나기 이틀 전이라 안 가면 아쉬울 곳이 어딘가 얘기하다 UN본부가 나왔다. 어차피 투어 예약을 못했기때문에 본회의장 안으로는 못 가지만, 그 겉까지는 입장이 된다길래 거기까지만이라도 보고오자 싶어서 길을 나섰다. 일단 그랜드센트럴 역 근처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크라이슬러 빌딩과 성조기가 휘날리는 몹시 미국적인 길을 따라 걸었다. 



꽤 오래 걸어야 한다. 역시나 엄청 추웠지만, 아 정말 너무 많이 걸은 것 같아ㅠㅠ 할때쯤 눈 앞에 UN본부가 나타났다.



오오오오오 신기하다. UN본부가 잘 나오도록 셀카를 먼저 찍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진이 내가 UN 근처라도 왔다고 인증할만한 유일한 사진이 될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지....



두근두근. 저 마크를 보니 세계 시민이 된 것만 같아요. 나는 이래봬도 대학에서 복수전공으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배운 여자다. 그러니 UN에 한번쯤은 가봐야겠다. 



입구까지 한참을 걸어왔더니만 또 더 걸어가야 관광객용 입구라서 또 더 걷고, 겨우겨우 입구에 도착했다. 그랬더니 사진에 보이는 저 인정머리없어보이는 군인이 건너편 사무소에 가서 별도의 출입증을 따로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 



그 사무소에 가서야 우리가 여권을 둘 다 두고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신용카드로 안 되는지, 스마트폰으로 여권을 찍어둔 사진으로는 안 되는지 답정너처럼 물었고 당연히 안 된다고 했다. 나도 안 될걸 알면서도 그냥 구질구질하게 물어본 거예요..ㅠ 흑 이렇게 여권을 두고 온 바보 2명은 UN본부까지 힘들게 걸어오고선 막상 안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우리 뒤에서 우리가 여권이 없어서 빠꾸당하는 모습을 본 섬나라 여인들 세명이 한국 어쩌고 하는 얘기를 했다고 사촌이는 더더욱 분개했다. 세계 평화와 화합의 상징 앞에서 우리는 결국 일본인을 욕하며 그랜드센트럴 역으로 돌아가는 택시를 탔다. 추워서 도저히 걸어갈 수가 없었다. 안녕...유엔본부...또르르



지하철을 타려고 그랜드센트럴 역 안으로 들어갔는데 무슨 역이 이렇게 멋지고 난리람..



미국은 크고 아름답구나 감탄하며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는 지하철을 탔다. 



UN본부에서의 충격이 큰 우리에게는 허기가 강하게 찾아왔고(...) 곧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미트볼샵이라고 요새 뜨고 있는 미트볼 레스토랑인데,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도 지점이 있어서 여기로 가기로 애초부터 우리가 다짐다짐을 하며 온 곳이다. 



일단 분위기는 합격드립니다. 주문받는 서버가 너무나 친절+활발하게 자신의 이름이 Andrew라고 소개하며 내 이름을 묻길래 나도 내 이름을 얘기해줬다. 뭔가 인간 대 인간으로 서버와 손님이 공존하는 기분이 들어 몹시 즐거웠다. 나중에 더 주문할 때도 저기요~ 헤이~ 안 그러고 이름을 부를 수 있어서 더 편리하다. 



주문을 하고 식당을 둘러봤다. 인테리어 너무너무 맘에 든다. 



심지어 채광이 들어오게 이런 창까지 냈다. 백점 드려요. 



주방에서 일하는 모습도 바로 볼 수 있다. 백점 만점에 백이십점 드립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미트볼과 스파게티, 콜라와 스파클링 와인을 시켰는데.................................. 이렇게 모든 게 다 맛있다니. 우리는 극찬에 극찬을 하며 음식을 흡입했다. 미국 음식 사실 우리 입맛에 약간 짜고, 니글거리고 그랬는데 여기는 전혀 그런 거 없이 너무나 맛있었다. 앤드류도 친절하고 인테리어도 에뻐서 맛이 없어도 용서해주려고 했는데 심지어 맛있기까지하다니..... 은혜로운 더 미트볼 샵. 



살짝 양이 모자른 것 같아서 미트볼 하나를 더 시켰는데....맛있는 건 물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대합격!!!!!장원급제 시켜주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엄청나게 맛있고 행복한 식사를 하고 나온 우리는 윌리엄스버그를 천천히 돌아다니기로 했다. 



가게 하나하나가 다 마이너 감성 충만한 게 너무나 내 맘에 들었다. 3년 전 베를린에서 느꼈던 그런 힙스터들이 개성껏 살아가는 그런 느낌의 뉴욕버전이었다. 



빈티지 샵도 너무나 맘에 들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윌리엄스버그 감성에 홀린 나는 사촌이랑 같이 1+1으로 목걸이도 샀다.



돌아다니다보니 어느덧 카페인중독자가 커피를 찾을 때가 되었다. 블루보틀이 유명하다길래 여기를 꾸역꾸역 찾아갔다. 외관이 공사중이라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고소한 커피 냄새가 벌써부터 합격이고요.... 



저 블루보틀 로고가 박혀있는 우유좀 보세요. 이렇게 귀여우면 반칙이지ㅠㅠ



지금 사진으로보니 머그컵도 귀엽다. 사올걸...



카페 안쪽으로는 이렇게 커피콩을 직접 로스팅하거나 하여튼 뭔가 직접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우리는 블루보틀에서 직접 3개 커피 콩을 섞어서 블렌딩한 원두랑, 라떼 두 잔을 시켰다. 라떼가 진짜 너무나 맛있었다. 점심도 맛있고 동네 분위기도 좋은데 커피까지 맛있다니.... 우리는 윌리엄스버그를 무한 찬양했다. 사촌이는 심지어 자기는 뉴욕에 산다면 여기에 살고 싶다고까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블루보틀 고마워. 이제 조금 더 마저 돌아다니다가 브루클린 브릿지가 있는 지역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브루클린, 그 중에서도 윌리엄스버그는 거리 분위기가 맨하탄과는 다른 게 특히 매력적이었다. 



예전엔 치안이 안 좋은 지역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딱히 그렇지도 않고 그냥 너무나 감각적인 동네라 허세병 걸린 나같은 사람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그렇게 정처없이 윌리엄스버그를 마저 떠돌던 우리는 어떤 치즈가게를 발견하게 되고, 홀린듯이 그 가게에 들어간다.



아 뭔가 이런 동네의 작은 식료품점같은 느낌 너무나 사랑스럽고 좋다. 



여기서 파는 수제잼 병은 더 귀엽다. 결국 우리는 각자 맘에 드는 걸 하나씩 골라 샀다.



모든 것이 다 완벽하게 우리 맘에 쏙 들었던 윌리엄스버그를 이렇게 뒤로 하고 이제 브루클린브릿지와 덤보를 보러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