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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뉴욕과 약간의 시애틀

[2016 백수탈출기념 뉴욕여행 12] 마지막 날 - Century 21아울렛/그리니치빌리지/타르틴(tartine)/샘애쉬(Sam Ash)/메이시스백화점

2016년 1월 6일. 여행 아홉번째 날, 여행 마지막 날.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이다. 1월 7일 아침 7시 비행기였기때문에 6일 하루를 꼬박 보내고 나서 7일 새벽에 JFK공항으로 가기 위해 한인택시를 예약해둔 상태였다. 우리는 마지막 날, 지금까지 했던 것 중 꼭 한번 더 먹고(..) 싶은 것을 더 먹고 쇼핑을 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래서 눈뜨자마자 찾아간 에싸베이글.... 우리 진짜 징하게 먹었다. 사촌이는 블루베리크림치즈를 바른 건포도베이글을 먹고, 나는 허브향이 나는 어니언크림치즈를 바른 플레인베이글을 먹었다. 카페인 중독자에게 모닝 커피는 필수다. 스트로베리 치즈크림이 너무나 맛있었던 기억에 우리는 각자 한통씩 집에 가져가기 위해 따로 크림치즈를 샀다. 



쇼핑에 주된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우드버리 아울렛에 갔지만, 우리는 짧은 일정상 우드버리까지 다녀오기 힘들어 그냥 맨하탄 시내에 있는 센츄리 21 아울렛에 갔다. 며칠전 월스트리트를 보러 왔다가 잠깐 들러서 내가 귀마개만 사갔는데, 오늘은 아예 찬찬히 둘러보면서 신발이나 가방 예쁜 게 있으면 반드시 득템하리라 다짐하고 들어갔다. 



물건은 진짜 많고 싼건 무지 싸다. 그런데...다...쫌....왜 싼지 알겠다. 



너무나 많은 물건, 그러나 맘에 드는건 지극히 적고 심지어 퀄리티와 디자인이 구리디 구린 물건들에 쇼핑 전의를 상실한 우리는 초딩처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발 사이즈에 놀란 사촌이가 부츠 크기와 자기의 손을 친히 비교하고 있다. 



센츄리21에서 뭘 건지기는 커녕 너무나 큰 실망을 한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사촌이가 알아둔 로컬들이 가는 맛집이라는 tartine에 가기로 했다. 프렌치 스타일 브런치 레스토랑인데,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다. 



그리니치빌리지는 프렌즈의 모니카네 집도 있고 섹스앤더시티의 캐리네 집도 있다. 드라마 제작자들이 주인공이 사는 마을로 설정할만 한게, 이 마을 진짜 감각적이고 고풍스럽게 예쁘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분위기답게 타르틴의 분위기도 뭔가 프렌치스타일 낭낭한 것이 분위기있었다. 이런 보그병신체 최대한 안쓰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내 표현력의 한계로 자꾸만 쓰게 된다. 



가게는 굉장히 작다. 그래서 더 좋아.



사촌이는 샌드위치를, 나는 어니언 수프를 시켰다. 어니언수프는 치즈가 조금 많은 것 빼고는 내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낼 때 먹었던 그 맛이 났다. 약간 아픈(-_-;;) 기분이 들었었는데 이걸 먹고 나았습니다. 역시 나는 음식으로 치유받는 여자다. 



다시 분위기 좋은 그리니치 빌리지 길거리로 나왔다. 



저 커플이 들어가는 가게에 따라들어갔다가 뭔가 우리가 갈 가게가 아닌 것 같아서 금방 나옴...



모니카, 너 이렇게 예쁜 동네에 살았었구나. 물론 프렌즈는 전 에피소드를 캘리포니아에서 찍었다고 한다(...)



걷다보니 카페인중독자의 손이 카페인 부족현상으로 인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think 커피를 찾아 왔다. 수전증으로 사진이 덜덜.



사진이 덜덜2. 



드디어 나온 내 라떼. 우리나라에도 띵크커피가 들어온 걸로 안다. 라떼 한모금을 마시니 이렇게 편안해질 수가 없다. 나는 솔직히 카페인 중증 중독자로서 흡연자들을 비난할 수가 없는게, 그사람들은 내가 커피를 찾듯이 담배를 찾을 걸 알기 때문이다. 서로 취향을 존중하도록 해요. 카페 분위기도 그리니치빌리지스럽게 멋짐이 넘쳐흘렀지만, 우리는 시간이 한정적인 관광객이므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나왔다. 



그리니치 빌리지를 떠나 쇼핑을 하러 메이시스백화점으로 가기 전, 나는 착한 누나이기 때문에 남동생이 갖고 싶다고 부탁한 물건들을 사로 Sam Ash라는 대형 악기점에 들렀다. 나한테 카톡으로 이거 이거를 사면 된다고 뭘 보내줬느데, 난 그게 뭔지 전혀 모른 채 그냥 점원에게 그걸 보여주며 이걸 갖다달라고 했다. 어쨌뜬 샘애쉬는 뉴욕에서 가장 큰 악기, 음향기기 관련 전문매장이다. 



나는 잘 모르는 것들이 가득하다. 



드럼을 치는 동생이 보면 환장하겠지. 





여전히 뭔지도 잘 모르겠는, 그러나 나는 착한 누나이기 때문에 동생을 위해 그 뭔지도 모르겠는 걸 사고선 사촌이와 함께 메이시스 백화점으로 향했다. 



메이시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는 이렇게 목재(?) 느낌이 난다. 진짜 나무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메이시스 백화점은 정말 크고도 방대했는데, 난 아직도 왜 층마다 마이클코어스와 맥 매장이 있는지 모르겠다. 라코스테에서 수건이 나오는 것도 여기서 처음 알았다. 



의자가 쓸데없이 귀엽고 난리.



쇼핑을 하러 왔지만 너무나 방대한 크기에 질려버린 우리는 곧 기가 빨려 카페로 와 아이스 음료를 마셨다. 



카페 창 밖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보인다. 우왕



다시 힘을 내서 쇼핑을 해본다. 그러나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었다. 대신 사촌이는 신발을 하나 건졌다. 



어느덧 밤이 되었다. 우리는 배가 고팠고, 한국 갈 때가 다 되었지만 그래도 라면을 굳이 먹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나가는 길에 메이시스 맞은 편에서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을 발견해, 메이시스에서 못다한 쇼핑을 여기서 이어간다(...)



라면을 먹기 위해 숙소 근처 대형 마트에 갔는데, 웬만하면 있을 법한 신라면이 여기엔 없었다. 대신 캠벨 통조림통이 진열된 걸 보면서 내가 소비의 천국 미국에 와있음을 떠나기 전날 한번 더 실감했다. 



라면을 사기 위해 떠돌던 우리는 어쩌다 다시 타임스퀘어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이런 관광객들을 데리고 쇼(?)를 하는 것도 본다. 저렇게 사람들을 세워놓고 이 사람들을 뛰어오르는 걸 보여줄 모양인데, 처음엔 재밌다가 나중엔 뛰지는 않고 하도 말만 해서 좀 어이가 없기 시작했다. 우리는 참을성이 매우 부족하다. 한국 남자 한명도 저 줄에 꼈는데, 이 공연?을 하는 애들이 약간 레이시즘과 농담의 경계를 오가는 멘트를 해서 더욱 어이가 없었다. 더 어이가 없는 건, 막상 진짜로 저 사람 벽을 넘어가는 쇼를 할 때는 사람 몇 명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내보낸(?) 다음에 굉장히 짧은 구간만 아주 잠깐 점프하고 끝나는 거였다. 그러고서 돈은 또 겁나게 걷고 다님. 그냥 마지막 날이고, 나는 관광객이고, 어쨌든 잠시나마 재미가 있었으니 좋게좋게 넘어는 가지만... 이자식들 관광객을 정말 제대로 호구로 알고 있다. 물론 호구 맞습니다. 



마지막 타임스퀘어다. 이 휘황찬란한 도시에 언제 또 다시 오게 될까?



숙소로 돌아와 새벽 세시에 예약해 둔 택시를 타기 위해선 짐을 미리 싸두고 조금이라도 자둬야 한다. 그렇지만 짐을 싸려고하니 너무나 막막한 것...... 한시간쯤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현실도피하다 간신히 짐을 쌌다. 우리 둘 캐리어가 터지지 않은 게 기적이다.



새벽에 JFK공항에 도착했더니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노숙을 하는 애들이 곳곳에 깔려있었다. 어찌저찌 티켓팅을 하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목베개를 사서 그걸 끼고 공항을 돌아다녔다.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 안에 있는 쉑쉑버거에서 감자튀김과 바닐라쉐이크도 먹었다. 시애틀까지 오는 동안 죽은듯이 잤는데, 시애틀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에선 너무나 건조한 나머지 온 몸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 팔과 허리가 부풀어 올랐다ㅠ징글징글. 그렇지만 엄마같은 나이대의 친절한 델타항공 승무원들이 나를 너무나 살뜰히 보살펴줘서 별 일 없이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델타항공 나는 정말 맘에 든다. 일단 미국인들이 풍채가 아시아인들보다 좋아서 그런지 이코노미석이어도 자리가 우리나라 국적기보다 조금 더 넓다. 그리고 냅킨에 이렇게 사려깊은 말을 다 써줘서 뜻밖의 감동을 안기기까지 한다. 



이렇게 약 열흘간의 뉴욕여행이 끝났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부터 곧장 나는 내 인생 세 번째 직장에서 다시 월급을 받는 생활을 시작했다. 뻔할 줄 알았는데 뉴욕은 하나도 뻔하지 않은 매우 즐거운 도시였다. 나중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많이 뉴욕을 담아오고 싶다. 안녕,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