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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뉴욕과 약간의 시애틀

[2016 백수탈출기념 뉴욕여행 4] 네번째 날(1) - 에싸베이글/세인트패트릭대성당/울프강스테이크/5번가

2016년 1월 1일. 여행 네번째 날(1)




흥분의 도가니탕이었던 센트럴파크에서의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피곤해진 우리는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덕분에 정초 아침부터 아주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홀리데이인에서 체크아웃하고, 맨하탄에 있는 한인민박으로 가야 하는 좀 번거로운 날이었다. 우리는 일단 베이글부터 먹고 시작하기로 계획을 하고(기승전 먹을 생각) 짐을 대충 싸는 둥 마는 둥 한 후에 베이글을 먹으러 갔다. 전날은 머레이베이글을 먹은 데 이어 뉴욕의 베이글 맛집을 또 가보기 위해 아침부터 우리는 설레고 난리가 났다. 이날의 목적지는 에싸베이글. 



약간 헤맬뻔 했지만 어찌저찌 오래 헤매지 않고 찾았다. 우리는 굉장히 배가 고팠다. 



두근두근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요?



크림치즈의 종류와 양이 어마어마하다. 기대감이 부풀어오른다. 



건포도가 박혀있는 시나몬 베이글에 스트로베리 크림치즈로 주문했다. 목이 막힐까봐 레모네이드와 커피도 같이 마셨다. 저 크림치즈의 양이 굉장히 아주 바람직하다. 천조국의 스케일은 단순히 국방비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밥을 먹고 5번가를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추워서 그냥 어떤 호텔에 들어가봤다. 어딘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호텔 로비가 꽤 고풍스러워보였다. 괜히 여기 투숙객인척 아무 층에나 한번 놀러가서 괜히 의자에도 앉아봤...... 왜케 이걸 쓰는데 찌질함 터지는거지. 



찌질한 짓은 얼른 청산하고 밖으로 나온다. 고층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시내에 들어오니 드디어 비로소 세계의 수도라는 뉴욕에 온 기분이 팍팍 든다. 



그러다 이 고층 빌딩과 사뭇 어울리지 않지만 어디서 많이 본듯한 성당 옆 모습이 나온다. 세인트패트릭대성당이다. 원래 갈 생각이 딱히 없었지만 우리 눈앞에 나타났으므로 들어가보기로 한다. 



빙 둘러서 큰길가로 나오니 성당 입구가 등장. 



서양애들의 성당은 솔직히 미국이나 유럽이나 건축 무지자의 눈엔 다 비슷하게 생겼다. 뉴욕에서는 가장 큰 성당이라고 한다. 



비록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이때는 아직 season's greeting이 활발하게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트리도 치우지 않았나보다. 



아마 아기 예수가 태어나던 날 밤을 재현한 모형인듯 한데 귀여웠다. 이런 모형은 눈높이에 맞춰서 봐야 그 생생함이 더 살아난다. ㅎㅎㅎ



성당이 따뜻하고 좋아보였던 우리는 일요일에 미사에도 직접 참여해보기로 결심하고 안내문도 받아왔다. 그러나 당연히 자느라+귀찮아서+까먹어서 가지 못했음. 홀리한 성당의 기운을 받고 다시 우리는 도시도시의 기운이 넘쳐나는 뉴욕 한복판으로 나왔다. 



뭔가..어수선...사람이 많은 것 같아...



배가 고파지고 추운 우리는 점심을 일찍 먹기로 했다(??). 에싸베이글을 찾아가는 길에 근처에서 울프강 스테이크를 봤던 기억이 나서 점심을 거기서 먹기로 했다. 1월 1일 점심부터 스테이크를 먹을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아 굳이 예약을 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구글로 검색하니 오픈테이블로 바로 연결이되고 예약이 간편해보이길래 점심 11:30분 오픈시간에 바로 예약했다. 쓸데없이 자꾸 미국 현지 전화번호를 넣으라고 하길래 에싸베이글 번호를 넣어줌... 11시 30분까지 대충 시간을 때우기 위해 그 근처로 우선 가기로 했다. 빌딩이 가득한 뉴욕은 한편으로는 강남 테헤란로 같으면서도 테헤란로와는 몹시 다른 그런 느낌이 있다. 



그러다가 이런 테라스를 보면 꼭 미드 주인공들이 저기에 기대서 맥주를 마실 것만 같다. 



울프강 스테이크 맞은편에 지금은 이름 기억 안 나는 프랜차이즈 서점이 있길래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올라프 모자를 발견한 나는 또 20대 후반 내 나이를 망각하고 인증샷을 찍고.....



오픈시간이자 우리의 예약시간(..)인 11시 30분에 딱 맞춰서 울프강 스테이크에 들어갔다. 참고로 울프강 스테이크는 지점이 여러 곳에 있는데, 내가 아는 미천한 지식을 동원하자면 본점(?)은 뉴욕타임즈 건너편에 있다고 한다. 뭐 꼭 본점에 갈 필요 없을 것 같고 우리는 그냥 보이는 곳으로 온다! 식전빵과 버터를 주는데 버터가 짭잘하니 아주 맛있었다. 내가 뭔들...



steak for two 양이 몹시 많다는 후기를 봤기 때문에 우리는 쉬림프샐러드와 휠레미뇽을 시켰다. 음식을 시키고 두근거리는 이 순간 우리는 흥분을 담아 셀카를 찍어본다. 



드디어 나온 쉬림프 샐러드! 새우를 어쩜 저리 통통하고도 알맞게 구워냈을까?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휠레미뇽............맛이 없을 수가 없다.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점심 가격이라 저녁보다 더 싸기도 했고, 어쨌든 생각보다 지출도 크지 않았다. 팁포함 70불 정도가 나왔다. 



다시 화려한 명품의 거리 5번가로 와본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온 그 티파니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 앞에서 다 사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날씨가 이따위로 안 춥고 따뜻한 날에 다시 오게된다면 나도 오드리햅번처럼 블랙미니드레스를 입고 이 앞에서 빵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 그러나 너무 추워서 우리는 그냥 사진만 찍었음. 그마저도 수전증...ㅎ.... 




유명한 브랜드란 브랜드는 다 모여있는 5번가와 매디슨에비뉴. 



사촌이가 운동화 필요하대서 나이키 들어가봤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매장이 아니었다. 나이키에서 우리같은 쩌리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프로페셔널한 용품들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지 박물관처럼 감상하다가 그냥 나왔다. 



어제 카운트다운했던 센트럴파크도 바로 옆에 있다. 



아이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뉴스에 등장하던 그 애플스토어도 지나가본다. 



어제 밤에 봤던, 나홀로집에2에서 케빈이 아빠카드를 신나게 쓰며 호화롭게 뉴욕 생활을 하지만 그러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바로 그 플라자호텔을 밝은 낮에 보니 느낌이 또 색다르다.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하고 한인민박으로 숙소를 옮기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다시 퀸즈 롱아일랜드시티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