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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런던/남프랑스/스위스

[2015 유럽여행 기록 13] 남프랑스 여섯번째날 - 릴 쉬르 라 소르그(l'isle sur la Sorgue)

2015년 5월 1일. 여행 아홉번째 날





남프랑스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이날 오후 3시에 아비뇽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가는 기차를 한국에서부터 미리 예약해뒀다. 기차를 타러 가기까지 오전 시간이 비어있어서, 우리는 여행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검색한 프랑스 3대 앤틱 도시라는, 이름도 어려운 '릴 쉬르 라 소르그(l'isle sur la Sorgue. 소르그 강 위의 섬 이라는 뜻으로, 현지 발음은 대강 릴 쉬흐 라 소흐그 정도 된다)'에 가기로 했다. 아비뇽에서 릴쉬르~까지는 기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여행기 내내 강조하지만, 우리 모녀는 앤틱 인테리어 가구나 소품 이런 거 진짜 좋아한다. 


어찌되었거나, 이름도 어려운 릴쉬르~ 역에 도착. 간판에 빼곡하게 적힌 이 역의 이름 ㅎㅎ



기차역에서 나와 마을로 걸어가면 이렇게 작은 수로가 보인다. 릴쉬르라소르그는 프로방스의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네이버가 알려주네요.



걷다보면 이렇게 울창한 숲 길 같은 곳도 나온다. 



마을 곳곳이 그냥 전부 작은 운하에 둘러싸인 이 곳의 풍경은 기대보다도 훨씬 아름다웠다. 



하지만 너무나 일찍 도착한 바람에, 그 어떤 앤틱샵도 아직 문을 열지 않고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져서 춥고 허기졌다. 매번 허기진다는게 함정이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서 크로와상과 커피를 마시며 샵들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빗방울도 그치고 샵들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우리는 12시 기차를 타고 다시 아비뇽으로 돌아가야했기 때문에 구경할 시간이 많이 없었다. 2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걸 봐야만 한다. 이런 여유로운 동네에서 이렇게 급박하게 움직여야 하다니 ㅠ0ㅠ



앤틱샵이 진짜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수입 앤틱 가구들이랑 아예 차원이 다르다. 가격역시 하나같이 다 후덜덜하다. 상태도 말할 수 없이 좋다. 



시간이 없는데도 별 사진을 다 찍어놨다. 벤치조차도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앤틱스러운 것이 예사롭지 않고나. 



하지만 우린 너무 바빴다. 2시간 동안 가구도 구경하고 



또 운하에 둘러싸인 이 마을이 너무 쓸데없이 예쁘니까 사진도 찍어야 하고 



가다보면 또 애들이 저렇게 작은 다리에 모여있으니까 너무 귀여워서 그것도 쳐다봐야 하고 



가구 뿐 아니라 가게들을 너무 예쁘게 꾸며놓으니까 그것도 봐줘야 하고...



시간이 모자랐다. 여긴 너무 예쁜 동네다 젠장 ㅠㅠ



평화로운 분위기는 덤.



누가 이렇게 운하 한 가운데에 예쁜 마을을 짓고, 그 마을을 앤틱 샵으로 가득차게 할 생각을 했지. 진짜 이런 사람에겐 상을 줘야 해. 



날씨도 점점 좋아지는데, 우리가 돌아가야 할 시간은 가까워지고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사진과 달리 우리는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생각에 몹시 분주하게 돌아다녀야 했다. 



이렇게 물레방아도 곳곳에 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이런 물레방아가 이 마을의 명물이라고. 



이 동네는 진짜 '내가 바로 프로방스다'라고 곳곳에서 외치고 있다.  



그 와중에 낚시하시는 동네 아쟈씨. 



이제 진짜 시간이 없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대로 아무 가게나 들어갔는데,



그 가게는 또 가게 뒤를 이렇게 꾸며놓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예뻐.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마지막 앤틱샵을 구경하러 아무 데나 또 들어갔는데, 여긴 또 왜이렇게 크고 난리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릴쉬르라소르그 구경을 후다닥 마친 뒤, 우리는 급하게 산 향초 두 병을 들고선 다시 아비뇽으로 돌아와 스위스 제네바로 가는 떼제베 리리아에 몸을 실었다. 원래 프로방스의 평원을 보면서 허세롭게 기차 여행을 즐길 생각이었지만, 둘 다 곯아떨어짐.... 


남프랑스 안녕!



우리는 저녁 6시쯤 제네바 기차역에서 스위스 패스를 산 뒤, 스위스패스를 이용해 제네바에서 예약해둔 숙소가 있는 그린델발트까지 가기 위해 여러번 환승을 해야 했다. 그린델발트까지 가는건 큰 문제가 안 되었는데, 밤 늦게 도착하고보니 거의 폭우수준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나는 또 한밤중에 깜깜한 곳에서 숙소를 못 찾아서 언덕 한가운데에서 비를 쫄딱 맞으며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엄마와 함께 산골짜기를 헤매고...... ㅠㅠ 무서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