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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4] 코펜하겐(Copenhagen, København) 2013년 11월 11일. 열네번째 날(1) 전날과 달리 날이 매우 맑았다. 물론 추웠지만, 거의 매일 비가 와서 어둡다는 겨울 북유럽에서 이런 밝은 날은 흔치 않다기에 혹시라도 다시 어두어질까봐 호스텔에서 씻자마자 곧바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뉘하운으로 달려가 충동적으로 운하 투어를 하는 보트를 탔다. 회사마다 가격이 조금 다른 것 같았는데, 내가 탄 건 40크로나였다. 밝은 날 보는 뉘하운은 어제 흐린 날씨에서 봤던 뉘하운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줬다. 보트는 뉘하운에서 출발해 코펜하겐 운하를 따라간다. 비록 귀가 얼어버릴 것처럼 추웠지만 날씨가 지나치게 좋아 그 정도의 추위 정도는 감내할 수 있었다. 까만색 유리 덕에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을 가진 덴마크 왕립 도서관 앞도 지나갔다. 운하에서 블랙 ..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3] 코펜하겐(Copenhagen, København) 2013년 11월 10일. 열세번째 날. 코펜하겐 현지인(?) B오빠 덕분에 미친 물가의 나라 덴마크에서, 2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으로 무려 부페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코펜하겐이 생각보다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 들뜬 기분에 나는 레드와인까지 시키는 호사를 부렸다. 점심을 먹고 풍족함을 느끼며 뉘하운 다음으로(어쩌면 뉘하운보다도 더...?) 기대했던 곳인 레고스토어에 갔다. 여행계획을 짤 때는 레고랜드에 가고 싶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비수기라 개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차피 코펜하겐에서 레고랜드는 멀다니 개장했어도 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였나, 아쉬운 마음에 더욱더 레고스토어를 기대했나보다. 레고스토어는 들어가자마자 자신들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기 시작한다. 장난감 주제에 멋진 전통이 ..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2] 코펜하겐(Copenhagen, København) 2013년 11월 9일~10일. 열두번째~열세번째 날. 아침 일찍 베를린 중앙역에서 코펜하겐으로 떠났다. 이 날도 하루종일 기차를 타는 일정. 베를린->함부르크->Flensburg(플렌스부르크..겠지?)->코펜하겐 의 복잡한 여정이었다. 특히 환승시간이 함부르크 역에서는 18분, 플렌스부르크 역에서는 고작 11분(-_-;;;;;)밖에 없었기때문에 상당히 긴장했다. 그래도 일단 무사히 함부르크 역에서는 플렌스부르크까지 가는 레지오날레 지역선으로 갈아탈 수 있었다. 한 고비를 넘겨서였는지 여유가 생겨서 창밖을 찍어봤다. 마침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막 그쳐서 무지개도 보였다. 문제는 플렌스부르크에서 터졌다. 사실 함부르크에서 기차가 좀 지연됐는데, 플렌스부르크에서 다음 열차를 11분만에 갈아타야하는 나로서는 ..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1] 베를린(Berlin) 2013년 11월 8일. 열한번째 날 베를린에서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알고보니 내가 날짜를 착각한 거였지만, 어쨌든 나는 이날이 마지막 날인줄 알았다). 전날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다리만 아프고 남는 게 없었기 때문에, 베를린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라는 크로이츠베르크 지구와 내가 좋아라한 미떼 지구를 다시 가기로 했다. 아티스트들이 남긴 기운을 받으며 여유롭게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로이츠베르그 지구는 터키인들이 모여사는 곳이라고 한다. 지상으로 다니는 U반 철로가 뭔가 있어보인다. 날씨가 촉촉하게 쌀쌀했다. 산책하긴 제격이다. 너무 아침 일찍 왔는지,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쓸데없이 부지런했나 싶으면서도, 이 때가 거의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었으니 얘네가 게으른거..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10] 베를린(Berlin), 포츠담(Potzdam) 2013년 11월 7일. 열한번째 날 이날은 빡센 관광객모드로 돌아다닌 날이다. 일단 베를린에 왔으니 남들 다 가보는 베를린 박물관 섬에 가보기로 했다. 나란 인간은 그다지 학구적이지 못해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 온갖 박물관이며 미술관에 이미 질린 터라, 그 이후론 어디를 여행가도 '~관'엔 잘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베를린에서 있는 날도 많고, 괜히 안 갔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싫어서 일단 갔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박물관 섬 곳곳엔 공사가 한창이었다. 비수기에 하는 여행은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는 풍경을 감수해야 한다. 박물관 섬에 있는 박물관 3개를 들어갈 수 있는 패스를 구입했다. 사실 박물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박물관 외관이 멋있었나보다. 박물관 건물을 찍은 사진이 좀 쓸데없이 많..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9] 베를린(Berlin) 2013년 11월 6일. 열번째 날 이 날은 내가 베를린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미테지구로 가는 날. 미테 지구는 옛 동독 지역에 있는 곳인데 소규모 갤러리와 편집샵, 개인 카페가 가득한 개성넘치는 거리로 유명하단다. 일단 역에서 내렸는데, 어디로 가야 샵이 많은지 몰라 처음엔 살짝 헤맸다. 그러다 우연찮게 들어간 이 가게. 고급 도자기 그릇으로 유명한 마이센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퇴사한 뒤 각종 일러스트 소품을 파는 개인샵이었다. 소품 하나하나가 어찌나 예쁜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구경하다가, 결국 안경닦이 두 장을 결코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 사버렸다. 그 이후로는 샵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장난감 가게다. 예쁘고 신기하고 귀여운 장난감이 너무 많았는데, 부피도 크고..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8] 베를린(Berlin) 2013년 11월 5일. 아홉번째 날(2) 포츠담 광장에서 체크포인트찰리까지는 꽤 걸어야 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가는 길엔 이런 기념품 가게들이 있다. 걷다보면 어느 순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느낌이 드는데 그러면 체크포인트찰리까지 다 왔다는 증거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냉전 당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의 체크포인트 찰리는 철저히 관광객들에게 모든 코드를 맞춘 곳이다. 다. 참고로 저 사람들이랑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옛 동독 스탬프를 받고 싶어도 돈을 내야 한다. 예전엔 정치 이데올로기로 갈라진 곳이었다면, 지금은 그저 장사꾼 마인드로 가득한 관광지일 뿐이다. 고민 끝에 2유로를 내고 저 군인 둘 사이에서 사진을 찍었다..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7] 베를린(Berlin) 2013년 11월 4~5일. 여덟~아홉번째 날(1) 4일 아침 일찍 껑에서 파리로 왔다. 오랜만에 도착한 생라자르 역에서 감상에 빠질 여유도 없이 곧바로 파리 동역(Paris l'Est)으로 향했다. 베를린까지 가는 기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았는데,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게뜨 샌드위치를 굳이 사먹었다. 독일에서도 바게뜨 샌드위치를 팔지만, 뭔가 그 맛이 프랑스만 못했다는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서다. 파리에서 베를린까지 가려면 만하임에서 한번 갈아타야했다. 모두 합해 8시간이 걸리는 여정. 오후 1시 10분 파리에서 떠나 베를린에는 그날 밤 9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으니, 하루를 꼬박 기차에서 보낸 셈이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도 허비하는 이상한 여정. 그래도 난 굳이..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6] 껑 또는 캉(Caen) 2013년 11월 3일. 일곱번째 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베를린에 가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껑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푹 자고 일어난 우리는 껑 보자르(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보자르에 가려면 껑의 상징인 샤또(성)를 무조건 지날 수밖에 없다. 신난다! 껑의 날씨는 정말 기묘하다. 맑음과 흐림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껑 기상예보에는 '해+구름+비+번개' 네 가지 표시가 동시에 다 그려지는 날들이 허다하다. 이 날도 그랬다. 껑의 날씨는, 그냥 좀 멋져. 우산 따위 가볍게 뒤집어지는 그런 바람, 껑에서는 흔한 일이다. 1년 살면서도 한번도 안 가본 껑 미술관. 프랑스에서는 미술관을 미술을 통칭하는 '보자르(Beaux-arts)'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고전 회화는 좀 지루했는데, 현대.. 더보기
[퇴사기념 유럽여행 기록 5] 껑 또는 캉(Caen) 2013년 11월 1일~2일. 다섯~여섯번째 날 2층 M언니네 창밖으로 내다보니 비가 살짝 온듯 했다. 또 시차때문에 새벽에 깬 나는 아침일찍 빵을 사먹으러 나섰다. 퀵에서 햄버거를 사먹고 오전엔 밀린 빨래를 한 뒤, 오후 느즈막히 시내로 나갔다. M언니네 집에서는 내가 껑 시내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중고서점 거리가 가까웠다. 아주 조금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껑은 내게 이렇게 환상적인 하늘 색깔을 보여줬다. 이 그라데이션된 하늘 색이 좋다고 3년 전에도 일기에 가득 쓴 적이 있다. 그 때는 학교 언덕에서 하늘 색을 바라보며 '힘들어도 교환학생 오길 참 잘했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유럽도시처럼, 껑도 저녁이 아름답다. 내가 지나다니면서 심심찮게 마카롱을 사먹던 가게도 지나갔다. 마카롱은 모양도 색도 이름도.. 더보기